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가 외식업 점주를 특정 고객으로 처음 생각하게 된 건 고등학교 시절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주목 받던 RFID를 외식업계에 도입하는 아이템으로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하지만 막상 레스토랑을 다녀 보니 IT 인프라가 다른 산업군보다 한참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됐죠.”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기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상황에선 RFID는 외식업계에 시기상조였던 것이다.
그러던 중 전화로 식당을 예약하는데 종업원이 날짜를 묻더니 장부를 넘기는 소리를 수화기 너머로 들었다. “외식산업 규모는 커졌지만 업무 관행은 여전히 옛날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는 온라인 예약과 고객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테이블매니저다.
◇ 노쇼 비중 71% 감소, 운영 효율 개선 효과까지=발신자번호표시 CID를 이용해 매장 전화기를 테이블매니저 솔루션에 연결해 레스토랑에 예약 전화가 걸려오는 즉시 고객이 누군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전화를 받을 때 기존 고객이면 이전 예약 기록이나 마지막 주문일 등을 조회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실시간으로 예약일과 테이블 번호를 지정할 수 있고 예약하고 방문하지 않는 이른바 노쇼 고객도 쉽게 알아챌 수 있게 했다. 최 대표는 “한마디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전화로는 알 수 없는 상습 노쇼족을 사전에 차단하는 서비스가 외식업계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테이블매니저 솔루션을 도입한 고객사 노쇼 비중이 실제로 평균 71% 줄었고 운영 효율도 크게 개선됐죠.”
이젠 식당에서 소비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예약 안내 메시지를 보내고 예약금을 받고 소비자도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게 익숙해진 시대다. 하지만 최 대표는 “아직도 국내 레스토랑 온라인 예약율은 20%가 채 안 되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물론 테이블매니저가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모든 게 온라인화, 디지털화되는 세상인 만큼 예약 시장 혁신은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물론 예약 관리 솔루션으로 테이블매니저를 처음 내놨을 때만 해도 레스토랑 점주에게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최 대표는 의아한 생각에 왜 쓰는 레스토랑이 별로 없는지 어떤 점이 불편한지 확인하려고 점주에게 불편한 점을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불편한 게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불편한 게 없는 소프트웨어를 왜 안 쓸까 고민을 수도 없이 한 끝에 최 대표는 답을 찾았다. “보통 일반 소비자도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을 쓰면서 불편한 점을 못 느끼잖아요. 종이를 손으로 일일이 문서 작업할 때와 이런 디지털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를 비교해야 프로그램 기능이 아닌 예전 수기 작업의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거죠.” 이런 점에서 최 대표는 “어떻게 하면 기능을 개선할지 고민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레스토랑 점주가 한 번이라도 테이블매니저를 쓰고 편리함을 경험하게 할까를 고민해야 했다”고 말한다.
이런 노력 덕에 현재 국내 2,000여 개 레스토랑이 테이블매니저 예약 관리 솔루션을 이용 중이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로는 피에프창, 송추가마골, 애슐리 등이 있다. 평가도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답이 온단다. 6개월 계약을 마친 뒤 1년 연장하겠다는 고객사가 대부분인 게 증거다.
◇ 테이블매니저 성장을 견인한 것들=테이블매니저는 2020년 35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고 기존 웹 기반 솔루션 기능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방안을 찾던 중 기존에 제공하던 선결제 예약 시스템을 레스토랑 소비자가 더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때 개선을 위해 카카오, 네이버 등 소비자가 익숙한 플랫폼에 서비스를 연동하기로 했다. 고객이 모바일로 레스토랑을 찾아 예약하면 카카오톡에서 2∼3번 조작만으로 예약을 마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자체 앱을 만들지 않은 것도 의도한 방향이었다. 레스토랑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전화 1통으로 예약하고 안 지켜도 부담 없는 기존 예약 방식보다 편해야 했기 때문. 자체 앱을 만들면 이용자가 설치하고 인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보다는 이미 가장 편하게 쓰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덕분에 테이블매니저를 통한 2021년 1분기 온라인 예약 건수는 11만 건으로 지난해 1분기 3만 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KB국민과 BC, 신한 등 카드사는 물론 SK텔레콤 같은 이동통신사, 구글맵, 카카오톡과 네이버 등 다양한 플랫폼과 제휴해 예약 채널을 늘려나간 게 테이블매니저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다. 최 대표는 테이블매니저를 통한 2021년 한 해 온라인 예약 건수는 매달 15% 이상 성장 중이라고 말한다.

최 대표는 “테이블매니저 성장을 견인한 또 다른 요인은 수요 예측 AI”라고 설명한다. 테이블매니저는 레스토랑 예약 솔루션으로 서비스하며 쌓은 1,800만 고객과 예약 데이터를 토대로 특정 레스토랑 과거 예약 패턴을 통해 가까운 미래 예약 수요를 예측하는 AI 기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체 개발했다.
올해 이런 수요 예측 AI를 활용해 레스토랑 빈자리 가격을 최적화한 데이터 마케팅 서비스인 예약상품권도 선보였다. 예약상품권은 레스토랑 빈자리를 수요 예측 AI가 예측하고 가격을 최적화한 다음 예약 고객에게 제공하는 얼리버드 서비스. 반응도 좋아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1개월간 레스토랑 매장 107곳에 17억 원 이상 추가 매출을 안겨줬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예약상품권의 성공 비결은 윈윈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레스토랑 점주 입장에선 빈자리로 예측되는 좌석에 고객을 유치해 매출을 올릴 수 있고 고객은 얼리버드 혜택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유명 브랜드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다. 2020년 1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도전! K-스타트업 2020 왕중왕전에 수요 예측 AI 기반 예약 관리와 빅데이터 마케팅 서비스로 출전해 특허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 10월에도 인공지능 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결선에 진출했다. 최 대표는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결선에 오른 기업은 테이블매니저가 처음이라면서 이 대회에서 BC카드, CGV 문제를 AI로 해결하며 기술력과 사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고 말한다.

◇ 시공간·사람 이어줄 AI 기반 데이터 마케팅 기업 자리매김할 것=테이블매니저는 지난 10월 신한카드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최 대표는 전략 투자를 계기로 신한카드와 디지털 예약 서비스, 빅데이터 기반 예약 시스템 컨설팅 서비스, 예약 금융 서비스 등 협업할 수 있는 사업 영역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 뿐 아니라 IBK기업은행이 운영하는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마포 3기 혁신창업기업에 선정되어 공동 운영사인 엔피프틴파트너스 액셀러레이팅 지원도 받고 있다. 이 역시 법무와 인사, 재무 등 다양한 분야 멘토링 외에 투자사 네트워킹 등으로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창공 프로그램을 창구 삼아 기업은행 지점과 연계하는 등 금융기관과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테이블매니저는 레스토랑 뿐 아니라 수요 예측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 의료와 법률, 애견, 뷰티, 레저 등 정확한 수요 예측과 예약 서비스가 필요한 산업군이 아직 많기 때문. 여러 분야 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협업해 빠른 디지털 전환을 돕고 소비자가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힘쓸 요량이다.
최 대표는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와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며 업주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주는 AI 기반 데이터 마케팅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외식이나 공공, 의료,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크리에이티브 파트너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