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캡슐은 캡슐 전문 기업을 표방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 정승호 대표는 2015년부터 동대문에 게스트하우스 2곳을 열어 운영하다가 2015년 메르스, 2017년 사드 갈등을 겪으면서 숙박 시장이 타격을 받는 걸 고스란히 경험했다. “서로 가격만 내리는 치킨 게임을 경험해보니까 운영자 입장에서 효율적인 공간 매출을 설계하고 사용자 입장에선 분리된 공간을 제공받을 솔루션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2가지 고민의 결과가 캡슐호텔이다. 1인 사용자는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면적당 매출은 일반 숙박업보다 오히려 높다는 것. 딱 맞는 솔루션이라는 결론을 내린 정 대표는 2017년 10월 더캡슐을 창업했다.
다시 1년간 준비 과정을 거쳐 2019년 첫 캡슐호텔인 더캡슐 명동을 열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정 대표는 다시 사업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결국 그는 “1인 공간 자체를 제품화하자”는 결론을 내고 하드웨어 제조 사업에 진출한다.
◇ 캡슐호텔 운영에서 모듈러 캡슐베드 제조까지=이렇게 더캡슐이 운영하는 서비스는 크게 B2B인 모듈러 캡슐베드 제조와 B2C를 겨냥한 캡슐 공간 서비스 2개가 됐다. 제조는 완전 조립식 캡슐베드를 제조해 1인 공간이 필요한 곳에 판매와 설치를 진행하는 것. 더캡슐은 실제로 포항공대 벤처밸리 공유 오피스에 지난 7월 캡슐 수면실을 설치했고 공유오피스나 지식산업센터 등 B2B 고객과 활발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점점 개인화되고 1인 사용자가 늘면서 타인과 부대끼는 열린 휴게 공간이 아니라 나만의 분리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캡슐 수면실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기업이 혼자만의 공간에 주목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국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수 30%를 이미 넘겼다. 1인 소비자 시장은 지난 10년새 60조 원에서 120조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국내 여행자는 내외국인가릴 것 없이 3명 중 1명은 혼자 다니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개인화 서비스와 혼자만의 시간이나 공간에 익숙한 소비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을 겨냥한 사업은 공간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더 커질 것이라는 것.
모듈러 캡슐베드 제조가 노리는 시장은 단기적으론 오피스나 사무 혹은 숙직 공간, 중장기적으론 기숙사와 공항, 기차역 나아가 주거 공간까지 목표로 삼는다.
또 다른 사업 축은 캡슐 공간 서비스는 캡슐호텔 운영을 말한다. 더캡슐은 현재 서울 시내에 캡슐호텔 2곳을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평균 객실 점유율 87%, 감염병 거리두기 기간에도 60∼70%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서울에서 혼자 숙박한다면 잠만 자면 되는데 찜질방은 저렴하지만 불편하고 호텔 객실은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이후 숙박 시장은 호캉스 같은 고급 시장, 잠만 자는 초저가 시장으로 양극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캡슐호텔이 앞으로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캡슐 공간 서비스는 현재 더캡슐이 운영하는 호텔 방문객을 보면 외국인의 경우 1인 배낭여행객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정 대표는 “재미있는 건 저가 숙박시설이나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에서 올 것 같지만 오히려 GDP가 높은 국가에서 더 많이 온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혼자서 여행하는 배낭 여행 문화가 이미 보편적인 고소득 국가에서 1인 여행객이 더 많이 온다는 것. 물론 내국인은 주로 20∼30대다. 그야말로 잠만 잘 공간이 필요할 때 온다. 저렴한 숙박 옵션이 필요해서 온다는 것이다.
캡슐호텔 서비스는 최소화하고 본질적인 목적인 수면과 휴식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다른 서비스는 최소화하는 대신 베개는 구스다운 베개를, 매트리스는 유럽 안전 인증을 받은 고급 폼매트리스를 사용하는 휴식 공간에 투자를 집중한 것. 더캡슐 측은 운영하는 호텔에서 매일 1회 이상 청소와 소독을 실시한다. 물론 일반 호텔에 있는 조식이나 어메니티는 전혀 없다.
하지만 1박에 2만 원 내외 가격에 서울 한복판에서 숙박할 수 있다는 옵션에 대한 고객 만족도는 오히려 더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 대표는 현재 운영 중인 더캡슐명동 같은 경우 구글에서 검색하면 10점 만점에 8.5점 이상, 5점 만점에 4.2∼4.3점을 기록 중이라며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 경쟁력은 디자인 커스터마이징과 슬립테크=더캡슐이 만드는 모듈러 캡슐베드가 내세우는 강점은 완전조립식 모듈화 설계다. 현장에서 자재를 가공하거나 용접할 일이 없다. “마치 이케아나 레고처럼 부품을 현장에 들고 가서 1시간 30분 남짓이면 캡슐 1개 조립이 가능한 간편한 설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설치 환경에 대한 제약이 없고 어디서나 균일 품질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더캡슐은 현재 포스코와 기술 협력 협약을 맺고 고품질 신소재를 사용하면서 경쟁력 있는 단가로 생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했다. 최근 주목 받는 비스포크(BeSpoke) 스타일로 디자인하고 색상은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신소재 포스아트(PosART) 제품군도 내놨다.
물론 일본에선 1960년대부터 캡슐 생산 기업이 있었다. 지금도 세계 각지에 1인 공간을 제조하는 기업이 많다. 중국에선 플라스틱으로 찍어내는 저렴한 캡슐을, 영국에선 미래형 디자인 캡슐, 러시아에선 1인실 크기 모듈 등 제품 모양이나 기능이 다양하다.
1인 공간이라는 면에서 같다. 하지만 정 대표는 “디자인 커스터마이징과 슬립테크 시스템 2가지가 가장 큰 차별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디자인 커스터마이징은 포스아트를 활용해 색상은 물론 그림이나 패턴까지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걸 말한다. 슬립테크 시스템은 IoT 기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캡슐 모듈 전용 예약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캡슐을 원하는 시간만큼 예약하고 스마트록 출입, 내부에선 수면을 돕는 스마트 아로마 장치, ASMR 사운드를 곁들인 액자형 스피커, 높낮이를 자가 조절하는 스마트 베개와 모션 매트리스. 이들 첨단 슬립테크 기기를 적용한 슬립테크 공간 플랫폼을 의미한다.
◇ 2022년엔 개인용 캡슐 모듈도 개발할 것=정 대표는 현재 더캡슐이 기업에 캡슐 형태 1인 휴게공간을 제공하는 것 그러니까 단순하게 말해 비즈니스 모델은 캡슐 판매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렌탈 상품을 설계하고 있다. 고객 부담을 줄이면서도 위험을 분산하는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캡슐 예약 시스템과 슬립테크 IoT 기기 등 다양한 솔루션을 옵션으로 추가해서 추가 수익도 창출할 생각이다. “결국 앞으로는 B2B 고객 공간에 설치된 캡슐 침구류와 소모품을 공급하는 유통망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캡슐은 IBK기업은행이 운영하는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마포 7기 혁신창업기업에 선정돼 공동 운영사인 엔피프틴파트너스 액셀러레이팅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정 대표는 엔피프틴파트너스가 2021년 초 전략적 투자를 결정해준 투자사라면서 창공을 통해서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기업 협업 기회나 렌탈 상품 출시를 위한 기업 가능성 보증이 필요할 때 도움을 얻었다며 성장 발판을 마련할 기회였다고 말한다.
정 대표는 단기적으론 B2B로 휴게 공간을 설치하는 캡슐 모듈 판매를 통해 매출 성장을 노릴 계획이다. 레퍼런스를 충분히 쌓은 다음 호텔이나 숙박 시설 신축, 과공서 공급 루트도 확보할 방침. 2022년 중에는 개인용 캡슐 모듈도 개발할 계획이다. 자녀나 층간 소음 방지를 위한 가정용 캡슐 모듈인 것. “물론 중장기적으론 의료용과 주거공간용 등 다양한 용도 캡슐 모듈을 개발하고 숙박용과 주거용 부동산 사업에도 진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2022년 하반기에는 투자 유치도 계획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캡슐 형태 휴식 공간을 넘어 1인 사용자를 위한 슬립테크 공간 플랫폼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