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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가 말하는 ‘원칙과 유연함 사이’


이석원 기자 - 2022년 4월 29일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는 근원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한다. 문제 해결 뿐 아니라 원칙을 세우거나 점검할 때에도 단순히 표면적인 말이나 현상보다는 근원에 대해 먼저 생각하는 것. 창업 경험까지 더해 유연함과 원칙 사이 균형에 대한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인생] 근원을 들여다보자

살다보면 원칙과 유연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무조건적으로 절대적인 원칙을 세우는 것은 너무 어렵고 그렇다고 포기하면 안 되는 중요한 가치를 훼손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원칙과 유연함 속에서 균형을 잡고 중용을 지켜야하는데 이게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럴 때는 원칙을 세웠던 원래 취지와 의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편입니다. 처음 원칙을 만든 취지와 근원에 대해 고민해보면, 유연하게 조정해도 되는 부분과 절대 훼손해서는 안 되는 부분을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원칙을 세울 때와 현재 사이에 변한 상황과 원래 의도를 살펴보면서 당시 판단으로 세웠던 원칙이 작금의 상황에도 아직 유효한지, 그리고 내리려는 결정이 원칙을 언어로 옮긴 문장에만 어긋나는지 아니면 정말 원 취지에도 어긋나는지를 살펴야합니다. 과거에 원칙이 올바르게 세워져 현재에도 유효하다면 유연함이라는 명목으로 그 취지에서 벗어나는 결정은 내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업무적인 면에서 근원에 대해 생각하려고 가장 많이 노력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에요. 가장 힘든 때가 어려운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때인데 한 가지 문제는 해결하더라도 복잡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 정도 큰 위기감은 살면서 두 번 정도 겪어봤는데 그럴 때는 다른 자잘한 고민을 하기보다는 ‘내가 고칠 수 있는가?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지점부터 생각합니다.

무작정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본질적인 고민을 통해 그런 결론이 나면 제로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인 커리어도 처음부터 VC로 근무해온 것이 아니라 대학 졸업 이전에는 창업을 했고 증권사 IB에서 근무하다 다시 VC 일을 하는 등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불편하지만 현재 발생한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면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가짐도 불사해야 해결방안이 나오다고 생각합니다. 솔루션이 없으면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거죠.

[사고법] 복잡하고 어려울 때 활용하는 사고법

사안이 복잡할 때에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가진 상황과 조건들 중에서, 이들을 각각 상수와 변수로 나누어 봅니다. 물론 어떤 것을 상수로, 어떤 것을 변수로 정의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상황에는 개인이나 조직이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부분(변수)가 있고 바꿀 수 없는 부분(상수)가 있습니다. 먼저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상수부터 빠르게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변수를 상수로 보거나 상수를 변수로 파악하는 실수를 할 때부터 문제해결이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결국 상수는 빠르게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사항에 집중해서 해결을 시도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답이 나오지 않고 불투명하다면 우선 최대한 가정을 줄이는 노력을 충분히 하고나서 판단하고자 노력합니다. 90% 확률은 높지만, 90% 확률의 가정이 3개가 겹치면 통계적으로 확률이 70% 초반으로 떨어지죠. 가정이 너무 많으면 판단이 정확할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결국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상수와 변수를 나누고 복잡한 가장을 제외해도 모든 선택지가 불확실하다면 결국 끝에는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불확실성을 선택합니다.

  • 세상을 떠날 때 기억되고 싶은 모습: 과정과 결과, 모두에 충실한 사람
  • 나만의 빌보드에 적을 한마디: 원칙과 유연함 속에서 균형을 잡자
  • 남들은 동의하지 않는 나만의 비밀: 당장의 일을 잘하는 게 장기계획보다 더 중요하다.
  •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이크로 습관: 궁금한 내용이 생기면 먼저 충분히 공부하고 나서, 지인이나 전문가에게 문의한다.
  • 10년 뒤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해줄 말: 한 호흡 쉬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창업] 창업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개인적으로는 회사마다 다른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동시대 또는 다른 시대 회사와 스스로의 회사를 비교하다 실수를 범하는 경우를 꽤 봤습니다. 스타트업도 똑같은 아이템도 대표와 팀이 누군지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많이 나고 해외 대기업, 한국 대기업, 해외 스타트업, 한국 스타트업 모두 환경과 상황이 다릅니다. 그런데 가끔 각자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다른 회사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인사 관리 측면에서 그런 문제를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업무시간 중에 필라테스 강습을 받고 강아지도 데려오는 것을 보고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되어있지 않은 국내 기업에서 무작정 따라한다면 기대한 효과가 나기 힘듭니다. 배경까지 함께 가져 오거나 상황에 맞춰 다르게 적용해야죠. 회사의 목적은 생산성 증대와 임직원 만족인데 본질적인 취지가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수단만 딱 베끼면 효과가 좋기 힘듭니다.

업종과 사내 문화, 그리고 임직원의 성숙도에 따라 적용 방법은 그 디테일이 달라야 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경영 기법을 적용할 때는 정말 우리 회사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을 잘해야 해요.

반대로 성공하는 창업자의 공통점은 사업 이외에 잡념이 없다는 점입니다. 정말 일에 몰두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무엇이든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상당히 긴 시간동안 하나에 매진하고 몰두해야 된다고 믿습니다. 직접 목격한 성공적인 창업자 중 일이 지겹고 쉬고 싶은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투자] 에너지가 유지될 수 있는 창업자

많이들 하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하나벤처스는 사람을 보고 투자합니다. 창업팀 스펙을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일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 의지, 열정이 모두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람을 볼 때 당장의 모습만 보고 판단을 내리는 일을 가장 경계합니다. 그럴 때 가장 많은 오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보통 투자자와 만나는 시점에 창업자는 육체적, 지적, 열정 에너지가 피크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에너지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거나 오히려 올라갈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육체는 시간이 지나면 퇴화하고, 지혜는 늘어나지만 열정은 어떤 방향으로도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미지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결국 에너지에 대한 질문은 열정이 유지되거나 커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의 미래 열정 수준을 정확히 알 방법은 없지만 결국 과거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가 있으니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어야 미래도 있으니까요. 사업에 대한 미래의 열정을 과거 창업자가 걸어온 길을 보면서 예상해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열정을 갖고 있는 창업자라면 저희는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타협해도 되는 원칙과 아닌 원칙을 구분하기 힘들 때 같이 고민하는 투자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점점 해외 트렌드나 유행이 국내에도 전파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정보도 풍부해지는 지금 꼭 필요한 신호와 지나갈 소음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함께 고민합니다. 저희의 가치 제안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willingness to solve problems together)”가 될 것 같네요.

많은 창업자가 저희가 함께하는 고민과 의견 제시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의견이 갈릴 때도 있습니다. 저희는 스타트업에게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대표 입장에선 다른 의견을 원하지 않으실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럴 때 하나벤처스는 그냥 대표님을 믿고 맡기는 편입니다.

[추천 도서] 규칙 없음,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리스크

먼저 창업자에게는 넷플릭스의 철저한 성과주의에 대한 책 “규칙 없음”과 급진적인 솔직함에 대한 책인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을 함께 추천합니다. 2권을 함께 추천하는 이유는 넷플릭스 같은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를 적용하려면 Radical Candor(직역하면 급진적인 솔직함이라는 의미로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원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조직 문화와 MZ세대 사이 갈등에 대한 고민이 계속 커질 텐데 일은 일로 대하며 격식이 점점 없어지고 일 처리가 빠른 조직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은 일을 빨리하는데 중요한 타인의 감정을 해치지 않는 솔직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 창업과 별개로 번스타인의 ‘리스크’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주식, 삶, 벤처투자 등 많은 부분에서 사회와 사람들이 용감해졌는데 번스타인의 리스크는 금융과 비금융 모든 영역에서 리스크에 대한 고찰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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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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