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to 여수, With 여수, 여수와입니다’라고 발표를 시작하던 2018년 가을, 나는 여전히 교사였다. 그저 1년의 휴직기간동안 여수를 더 이해하고, 여수의 내일에 더 도움이 될만한 일들을 찾아 경험해보려던 참이었다.
애초의 복직 계획과는 달리 언더독스와 인연을 맺은 계기이기도 한 LG그룹의 지역 혁신가 육성 사업, 로컬밸류업 프로젝트에 도전한 것을 계기로 나는 로컬콘텐츠 기업 창업가로 전환하게 됐다. 이제 어느덧 창업가로 3년 차가 됐지만 여전히 창업의 세계는 낯설고 어려운 동시에 그만큼 새롭고 신나는 일로 가득한 미지의 영역이다. 최근 만난 나의 첫 창업 코치 조상래 언더독스 대표가 “여수와는 언더독스의 자부심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여수와가 해내고 있는 일들을 돌아보고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여수와는 지속 가능한 여행지로서의 여수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팀이다. 30만이 채 안되는 도시 여수에는 매년 1,000만이 넘는 여행자가 방문한다. 여행객들의 방문과 소비가 여수를 바꾸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여수가 발전하는 것이 마냥 뿌듯했다면 이내 그들의 소비가 남기는 쓰레기, 소음, 교통문제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수와는 그 문제들을 여행자들이 스스로 풀 수 있는 여행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여전히 여수와는 여수에 사는 사람과 여수를 여행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여수를 더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이야기를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어느덧 3년 차 지역 창업가로 활동하다보니 지역에서 창업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처음엔 길게 풀어 설명하던 나의 답변은 지금은 하나의 단어로 완성되었다. 바로 ‘자부심’이다.
여수는 麗水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언제, 어디를 가도 항상 예쁜 바다를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우리가 살던 이 아름다운 곳이 이제 전국에 알려져 천만 여행자가 찾아오게 된 것은 분명 큰 기쁨이지만, 아쉬움도 있다. 이제야 알려졌다는 아쉬움, 그리고 이제는 우리만이 독점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그것이다. 하지만 여수를 기반으로 하는 로컬콘텐츠 창업가로 활동하며 이 아쉬움은 자부심이 되었다.
창업 후 여러 곳을 방문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서 발견한 것은, 우리나라의 교통이 서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여전히 지역과 지역을 잇는 교통은 불편하다. 그러나 이 불편에는 역설이 숨어있다. 바로 이런 불편이 지역 문화의 고유성을 유지시켰으며 이는 지역 외 누군가를 우리 지역으로 불러오는 힘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발견을 기반으로 한 애정이 로컬 창업을 시작하게 한 핵심이었다면, 첫 창업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며 성장하는 과정에는 언더독스가 가르쳐준 ‘네트워크 구축과 협업’을 실천한 것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로컬 창업에서는 로컬 내에서의 네트워크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안목을 키워야 외부인을 나의 로컬로 불러올 수 있다.
일례로 여수와는 여수 내에서 전혀 다른 업종인 로스터리카페와 함께 여수를 알리는 드립백을 만들고 광주의 무등산 브루어리와 여수를 알리는 맥주를 만들었으며 서울의 스모브와 여순사건을 이야기하는 디퓨저를 만들었다. 나는 이런 과정에서 나의 로컬이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다른 지역의 창업가와 협업하다 보면 그 지역에 애정을 가지게 되고,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한 아이템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 내게는 이런 방식을 통해 접점을 늘린 로컬이 많다. 순천, 남해, 구례, 곡성, 화순, 군산, 부산, 청주, 충주, 시흥, 조치원, 대전, 세종 등,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나의 로컬은 넓어지고 있다.
로컬 창업가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늘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지역의 고유성이 지켜진 만큼 지역 내에선 다양성이 부족할 수 있지만, 우리 지역에 없는 것은 다른 지역에 있고 그것이 우리 지역과 연결될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는 로컬 창업에 큰 기회를 가져왔다. 서로의 고유성을 인정하되 다양성을 위해 더 많은 지역, 업종의 창업가들과 만나 공유와 협업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 결국 나의 로컬을 더 크게 확장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여수를 넓히는 중이다.
글‧하지수 / 여수아 대표
안녕하세요. 지속가능한 좋은 여행지 여수를 만들기 위한 로컬콘텐츠기업 Come to 여수, With 여수 여수와입니다. 여수와의 콘텐츠는 지역을 깊게 고민하고 이해하는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지역의 날 것들을 찾아 여행자와 지역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듭니다. 여행자는 여수를 더 아끼고 사랑하며, 지역민은 여행자를 더 따뜻하게 환대할 수 있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여수와는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수와는 여수가 즐길 것이 많은 도시이기를 희망합니다.
※ 로컬게임체인저는 스타트업레시피와 언더독스가 공동 진행하는 로컬기자단이다. 다양한 지역 창업 생태계의 목소리를 담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