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도 콘텐츠다.”
배정현 SAMG엔터테인먼트 글로벌사업부 총괄은 18일 CKL스테이지에서 열린 2025 콘텐츠산업포럼에서 이같이 말하며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머천다이징(MD)을 통합해 접근하는 자사의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캐치! 티니핑이 초현지화 전략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기 라는 주제로 키즈 애니메이션 IP를 기반으로 어떻게 티니핑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브랜드로 확장했고 슈퍼IP 도약을 위해 어떤 활동들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배 총괄은 먼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포켓몬, 헬로키티, 미키마우스 등 주요 IP들의 공통점을 언급하며 이들이 콘텐츠보다 머천다이징 매출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 총괄을 “콘텐츠는 팬덤을 만들고 머천다이징이 수익을 만드는 구조”라며 “이들 대부분이 애니메이션 또는 만화를 기반으로 팬덤을 형성했고 수십 년간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힘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 IP의 평균 연령은 55세”라며 “IP는 한순간의 유행이 아닌 장기적으로 팬덤을 축적하고 확장해야만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된다”고 말했다.
SAMG 역시 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설립 25년 이상의 SAMG엔터는 삼지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 과거 OEM 제작을 통해 글로벌 스튜디오와 협업하며 역량을 키운 뒤 미니특공대, 티니핑과 같은 자체 IP를 선보였다. 여러 경험 끝에 탄생한 티니핑은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1위를 기록했고 중국의 OTT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했다.

배 총괄은 아동들이 쉽게 인지하고 좋아하는 컬러감을 활용하고 무엇보다 기획 단계부터 MD화를 염두에 둔 것이 미니특공대와 캐치! 티니핑이 손익분기점 도달 기간을 5년, 2년에서 불과 4개월로 단축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또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은 티니핑이 아동 대상 콘텐츠를 넘어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확장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배 총괄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 티니핑을 알게 된 어른들도 많다”며 “SNS에서 ‘무슨 핑이냐’고 묻는 밈이 생겨날 만큼 확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SAMG는 이 같은 확장 전략의 핵심에 머천다이징을 뒀다. 배 총괄은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동시에 상품이 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완구개발팀장이 스크립트 개발에도 참여한다”며 “이를 통해 콘텐츠와 상품 간의 출시 간격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팬층의 반응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SAMG 엔터는 현재 ‘캐치! 티니핑’을 장르와 플랫폼을 넘어 흥행을 담보하는 슈퍼 IP이자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한 네 가지 핵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연령대 확장을 위한 타겟업 전략을 콘텐츠의 형식과 유통 방식에서 찾아가고 있다. 배총괄은 “어른들이 굳이 유튜브에서 시즌 1부터 티니핑을 다시 보진 않는다. 그래서 아예 어른들이 있는 곳, 예를 들어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 같은 채널로 찾아간다”며 “콘텐츠 소비의 패턴이 변화하는 만큼 플랫폼 전략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확장 전략의 또 다른 축은 빅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이다. 그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기아 타이거즈와도 협업해 실제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티니핑 유니폼을 입고 뛰는 이벤트를 만들었다”며 “이런 빅 브랜드들과의 협업은 IP의 가치를 입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K-POP과의 연계 전략도 공개했다. SAMG는 현재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티니핑의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는 스핀오프 IP를 기획 중이다. 배 총괄은 “초등학생도 금방 K-POP 팬이 되고 우리는 위로, K-POP은 아래로 내려오다 보니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협업 접점이 생겼다”고 말했다.
마지막 전략은 굿즈다. 그는 “중국 굿즈 시장 규모만 30조 원이 넘는다. 우리는 더 이상 아동 시장만 바라봐서는 안되고 캐주얼 소비자층을 위한 다양한 상품군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토이와 같은 성인 대상 제품이 머천다이징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SAMG는 티니핑의 연령대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배 총괄은 “K-콘텐츠가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었던 건 기존의 공식과 틀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라며 “애니메이션 역시 그런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면 충분히 글로벌에서 경쟁력 있는 IP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