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느 한 시장에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시대가 아니다. 현지 파트너와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 필요해.”
이현기 SM엔터테인먼트 뮤직비즈니스센터 센터장은 18일 광화문 CKL 스테이지에서 개최된 K-콘텐츠포럼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SM이 추진하고 있는 K-POP의 글로벌 전략을 공유하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SM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와 협업을 기반으로 한다. 대표적으로 소개한 사례는 중국 시장에서 진행된 NCT 마크의 솔로 앨범 프로모션. 단순한 옥외광고가 아니라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인 QQ뮤직과 협력해 팝업스토어, 오프라인 이벤트, 아티스트 방문까지 종합적으로 구성했다. 마크가 현장을 방문해 팬들과 챌린지를 촬영하는 등 쌍방향 소통도 함께 이뤄졌다.
이 센터장은 “단순히 현지에 광고를 걸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로컬 플랫폼과 함께 팬과 직접 소통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방식은 광고 효과를 넘어 팬덤의 충성도를 높이고 플랫폼과 아티스트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다른 사례로는 ‘라이즈’의 정규 1집 사전 마케팅 ‘오디세이 프리미어’ 프로젝트가 있다. 45분짜리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앨범 발매 전 극장에서 선공개한 것. 한국뿐 아니라 일본, 태국, 중국 등 총 4개국 27개 극장에서 동시 상영되며,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운영됐다.
이 센터장은 “앨범 수록곡을 발매 전에 모두 공개하는 것은 다소 과감한 시도였지만, 팬들의 반응과 바이럴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고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서 ‘먼저 경험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고”고 설명했다.

SM은 이 외에도 글로벌 유통 파트너(버진, RCA, 유니버설뮤직 등)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으며, 태국의 SM트루, 일본의 쓰리미디어, 중국의 텐센트뮤직 등과는 합작사를 세워 로컬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 이 센터장이 강조한 또 하나의 전략은 음반에 대한 새로운 정의였다. 단순한 CD에서 벗어나 팬의 감정과 경험을 담는 소유의 가치를 중심에 둔 새로운 상품 구성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에스파의 CDP 플레이어 결합 앨범이 있다. 이 센터장은 “요즘 누가 CD를 듣냐는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팬들은 여전히 물리적인 형태로 음악을 소장하길 원하기 때문에 그 감성을 다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또 멤버들이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 인형에 음악을 담은 스마트 앨범도 팬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단순한 MD가 아닌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콘텐츠로 팬과 아티스트 사이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한 형태다.

이 센터장은 “음반은 더 이상 단순히 음악을 담는 매체가 아니라 팬과의 감정적 접점을 만드는 기획물이다. 앨범 하나를 설계할 때도 기술, 디자인, 법적 이슈까지 전방위적으로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SM은 콘텐츠의 경계를 허물며 K-POP 음악 자체의 다양성도 확장하고 있다. ‘SM Classics’와 ‘SM EDM 레이블’은 기존 K-POP 곡을 클래식, 재즈, 일렉트로닉 장르로 재해석해 새로운 청취 경험을 제공한다. 이 센터장은 클래식 레이블과의 협업에 대해 음악에 대한 깊은 고민이 비즈니스로 이어진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M은 클래식 편곡 음원을 음반으로 출시하고 서울시향과 협업한 클래식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는 단지 장르 확장이 아니라 음악의 또 다른 생명력을 부여하는 시도다.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하지 않더라도 팬과의 연결을 유지하려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일본 라인과 함께 에스파 등이 함께한 슈퍼메이트는 아티스트 캐릭터와 채팅하는 앱으로 AI 기반 응답 시스템을 활용해 팬에게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 센터장은 “이 프로젝트는 아티스트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팬에게 ‘함께 있는 느낌’을 주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라며 “기술이 아티스트의 물리적 제약을 넘어서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센터장은 “SM의 도전은 결국 K-POP 산업 전체의 가능성을 함께 넓히기 위한 실험”이라며 “우리의 노력이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