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보면 인공지능(AI) 인프라 부문에 대규모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AI 기술을 활용한 엔터프라이즈 효율화 및 전문 산업 분야 스타트업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 중에서 기업가치 5,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비상장사로 등극한 오픈AI를 필두로 AI 하드웨어 및 클라우드 부문에 메가딜이 잇따랐다.

◇ AI 인프라, 상상 초월하는 규모의 자금 유치=AI 분야에서는 천문학적인 규모 거래가 연이어 터지며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입증했다. 엔비디아 경쟁사인 Cerebras Systems는 기업공개(IPO)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계획 대신 11억 달러 규모 시리즈 G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81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20억 달러에 달하는 누적 자금을 모았으며 2024년 8월 AI 추론 서비스(AI inference services)를 출시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Cerebras는 조달한 자금을 댈러스, 오클라호마 시티, 산타클라라 등 미국 전역과 몬트리올, 유럽 지역을 포함한 데이터 센터 확충 및 미국 제조 허브 확대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오픈AI는 전현직 직원이 보유한 주식 66억 달러어치를 매각하면서 기업가치가 5,000억 달러로 치솟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비상장사가 됐다. 이는 지난 8월 3,000억 달러 가치로 400억 달러를 조달했던 이후의 행보다. 오픈AI는 향후 5년간 오라클 클라우드 서비스(Oracle Cloud Services)에 3,00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약정하는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자금 회수 능력은 특히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AI 클라우드 기업인 Vercel 역시 3억 달러 규모 시리즈 F 투자 유치를 완료하며 기업가치 93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 자금은 AI 클라우드 플랫폼과 AI 개발 에이전트인 v0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백엔드 서비스 제공업체 가치도 급등하는 가운데, 클라우드 기업 CoreWeave는 Meta와 140억 달러 규모 컴퓨팅 파워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됐다. CoreWeave는 이전에도 오픈AI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확장 계약을 맺은 바 있으며 이런 대규모 거래는 AI 인프라 산업 가치를 6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유럽에서도 독일의 AI 스타트업 Black Forest Labs가 2억 달러에서 3억 달러 규모의 펀딩을 논의 중이며, 예상 기업가치는 40억 달러에 달해 AI 부문에 대한 뜨거운 투자 열기를 반영했다.
◇ 과학 및 엔터프라이즈 AI 혁신=AI 혁신 범위는 일반 인공지능(AGI)을 넘어 과학 자동화 및 엔터프라이즈 기능의 핵심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Periodic Labs는 AI 과학자 구축을 목표로 하며 Jeff Bezos와 Eric Schmidt의 지원을 받아 무려 3억 달러 규모 시드 라운드를 유치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Andreessen Horowitz가 주도한 이 투자는 오픈AI의 ChatGPT 공동 창립자와 구글 딥마인드 과학자 등 저명한 인재로 구성된 팀에 투자됐으며 이들은 AI가 실제 실험실에서 실험을 실행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과학적 발견을 자동화하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기업 소프트웨어(Enterprise) 시장에서는 AI를 통한 효율화 솔루션이 활발하게 자금을 유치했다. DualEntry는 AI를 기반으로 전사적 자원 관리(ERP) 플랫폼을 현대화하며 9,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고 스텔스 모드에서 벗어났다. Lightspeed Venture Partners와 Khosla Ventures가 공동으로 이끌었으며, 이 회사는 설립 18개월 만에 총 1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 플랫폼은 재무팀의 수작업 회계 업무를 최대 90%까지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채용 서비스 스타트업 Alex는 초기 스크리닝 면접을 자동화하는 기술로 17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또 보안 및 컴플라이언스 분야에선 Oneleet은 3,300만 달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는 기존의 형식적인 규정 준수(compliance theater)를 넘어 실제 보안을 강화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Paid는 AI 에이전트가 제공하는 가치에 기반해 비용을 청구하는 ‘성과 기반 결제(results-based billing)’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결제 모델을 제시하며 2160만 달러의 시드 라운드를 마감했다. 이 회사 누적 조달액은 3,330만 달러 이상이며 기업가치는 1억 달러를 상회한다.
조달(procurement) 분야 신생 기업인 Gain은 ‘AI 직원(AI Employees)’을 배치해 조달 워크플로우를 관리하는 솔루션으로 1,2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또 오픈 소스 데이터 처리 도구 Polars를 만든 네덜란드 스타트업 Polars는 2,1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및 분산 엔진 개발에 사용될 예정이다.
‘바이브 코딩(vibe-coding)’ 스타트업 Anything은 출시 2주 만에 연간 반복 매출(ARR) 200만 달러를 달성하며 1,1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 1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비전문가도 웹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완성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 스토리지, 결제 기능 등 전체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핵심 산업별 투자 동향: 핀테크, 헬스케어, 로보틱스=먼저 핀테크와 세무 기술 관련 분야를 살펴보면 AI 기반 세무 자문 회사인 Gelt는 시리즈 A에서 1300만 달러를 유치하며 총 조달액 2,120만 달러를 기록했다. Gelt는 AI를 활용해 고소득 전문가(의사, 부동산 투자자 등)를 대상으로 선제적인 세금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도네시아의 신용카드 발행사 Honest는 미즈호 은행(Mizuho Bank)으로부터 4000만 달러의 부채 금융(debt financing)을 보완해 1억 달러 규모 성장 투자(equity funding) 유치를 마무리했다.
벤처 캐피탈 Better Tomorrow Ventures (BTV)는 1억 4,000만 달러 규모 3호 펀드를 결성하며 핀테크 부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재확인했다. BTV의 공동 설립자인 Sheel Mohnot은 회계사의 부족과 금융 서비스의 노동 집약적 특성 때문에 AI의 핀테크 적용(특히 회계, 준법 감시, 사기 탐지 등)에 큰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헬스케어와 바이오테크 분야를 보면 먼저 영국 AI 건강 코칭 앱 Simple은 케빈 하트(Kevin Hart)의 HartBeat Ventures가 주도하는 3,5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Simple은 AI 코치 ‘Avo’를 통해 개인화된 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현재 1억 6,000만 달러 연간 반복 매출(ARR)을 기록 중이다.
영국 바이오테크 기업 Cirrus Therapeutics는 건성 황반변성(dry AMD)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해 테마섹(Temasek)이 지원하는 ClavystBio가 주도한 1,100만 달러 규모 시드 펀딩을 완료했다.

로보틱스와 자율 기술 분야를 보면 스웨덴 자율 주행 트럭 스타트업 Einride는 EQT Ventures와 IonQ 등 기존 및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1억 달러를 유치했다. 이 자금은 자율 화물 기술 배포를 가속화하는 데 사용될 예정. 싱가포르 수중 로봇 개발사 Neptune Robotics는 선박 청소 로봇을 위한 52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으며, 일본 해운사 NYK Line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자금은 북미를 포함한 20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사용될 계획이다.

호주 자율 농업 시스템 스타트업 SwarmFarm Robotics는 SwarmBots 생산을 확대하고 북미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3,000만 호주 달러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확보했다. 이 회사의 로봇은 제초제 사용량을 최대 95%까지 줄여 농업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