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이미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된 가운데 최근 고용 데이터는 세간의 우려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기업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기술 부문 해고가 수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 5월 가장 많이 인용된 감원 원인은 인공지능이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인공지능 기반 코딩 도구의 빠른 도입으로 자동화에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혔으나 벤처기업 시그널파이어의 연구원들은 현장의 고용 데이터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그널파이어가 8천만 개 이상의 기업에 속한 수백만 명의 경력을 추적한 결과 엔지니어링은 지난해 가장 회복력이 높은 직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원 후 고용 상태 업데이트를 미루는 경우가 많아 추적이 어려운 해고 데이터 대신 실시간 인력 동향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고용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다. 대형 기술 기업의 전체 채용은 2019년 수준 대비 25퍼센트 감소한 반면 엔지니어링 직무의 감소 폭은 11퍼센트에 불과했다.
실제로 알파벳과 메타를 비롯해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엔비디아 테슬라 우버 에어비앤비 블록 스트라이프 등 주요 기술 기업 12개 사의 지난해 신규 채용 중 55퍼센트를 엔지니어가 차지했다. 이는 엔지니어가 신규 채용의 46퍼센트만을 차지했던 2019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엔지니어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으며 이들 기업은 지난해에 2019년보다 전체적으로 7퍼센트 더 많은 엔지니어를 영입했다.
인공지능이 진정으로 엔지니어링 인재를 대체하고 있다면 현재의 기술 부문 채용 축소 속에서 엔지니어링 채용이 가장 먼저 감소했어야 하지만 데이터는 엔지니어링 인력 규모가 기술 부문의 다른 대부분 직무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이 사무직 일자리를 없애고 실업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경고와 달리 인력 시장에 대한 인공지능 주도의 중대한 영향은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
기술 작가나 데이터 입력 사무원 그리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처럼 업무 핵심 과제에 인공지능을 자동화된 방식으로 사용하는 근로자들과 현실 세계와의 물리적 상호작용이 필요해 인공지능 노출도가 낮은 직무의 근로자들 사이에 실질적인 실업률 차이는 없다는 분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역시 인공지능이 엔지니어를 대체할 것이라는 이론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그 반대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엔비디아의 모든 엔지니어가 에이전트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이 거의 순식간에 코드를 작성하고 있지만 그 기술이 엔지니어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다음 아이디어를 창출하도록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엔지니어링이 효율성이 높아져도 자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새로운 용량을 채우기 위해 일이 확장되면서 오히려 수요가 증가한다는 제번스의 역설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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