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는 2010년경부터 급격히 가속되고 있으며 어릴 때보다 지금이 확실히 더 덥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물론 지구온난화 주요 원인은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다. 하지만 여기에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 대기오염 개선이 더해져 지구온난화가 한층 더 가속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자매지(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된 대기오염 개선 조치가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부추겼다는 것.
인류는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을 계기로 화석연료를 대량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증가했다. 그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 280ppm에서 지금은 420ppm까지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지구온난화 진행 속도는 이전보다 빨라졌고 기후 과학자 사이에서도 그 원인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과거 일부 연구에서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인해 해운업계의 황 배출량이 감소하면서 지구온난화를 촉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는 이산화황 등 에어로졸 형태 대기오염 물질이 태양광을 차단하거나 구름 반사율을 높이는 냉각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운업계 황 배출 규제가 본격화된 건 2020년부터로, 2010~2020년 사이 지구온난화 가속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시점상 부족하다. 이에 노르웨이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CICERO) 공동 연구팀은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 대기오염 개선이 지구온난화 가속과 연관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 중국은 강도 높은 환경 규제를 통해 대기오염을 효과적으로 줄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10년간 베이징 초미세먼지(PM2.5)는 66.5%, 이산화질소는 58.9%, 이산화황은 88.7% 감소했다. 연구팀은 동아시아 전체 이산화황 배출량이 2013년 대비 75%나 줄었으며 이는 지구온난화가 빨라진 시점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세계 각국 연구진이 개발한 8개 기후 모델을 활용해 160회에 걸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오염 개선이 지구 기온과 강수 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지구온난화와의 관련성을 규명했다.
분석 결과 동아시아 대기오염 개선으로 인해 0.07℃ 추가 지구온난화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850년 이후 1.3℃ 상승한 지구 평균기온에 비하면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엘니뇨와 같은 기후 변동성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온난화 가속 현상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수치다.
기존 장기 추세를 기준으로 하면 2010년 이후 기온 상승은 0.23℃일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로는 0.33℃까지 상승했다. 이 0.1℃ 초과 상승은 대부분 동아시아 지역 대기오염 개선으로 설명 가능하며 여기에 해운업계의 황 규제 강화 등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대기오염 물질은 스스로 태양광을 반사하거나 구름의 특성을 변화시켜 더 많은 태양광을 반사하도록 만들어 냉각 효과를 유발한다며 동아시아에서 대기오염이 개선되면 이와 같은 차광 효과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지구 전체 기온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또 북태평양을 횡단하는 오염물질의 양도 줄어들어 동태평양에서 구름이 반사하는 태양광도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시뮬레이션으로 확인된 북태평양 변화 패턴은 위성관측 결과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아시아 영향권에 있는 북태평양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온난화가 나타나는 이유도 이 지역 대기오염 개선과 연관이 있다고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대기오염이 줄면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면 오히려 대기오염을 그대로 두는 편이 낫지 않느냐는 생각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대기오염은 인간 건강에 있어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꼽히며 인간 건강과 수명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대기질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 주요 원인은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이며 대기오염 개선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대기오염 개선이 온난화를 유발한 게 아니라 이로 인해 오히려 지금까지 이상기후와 기후변화로부터 인류를 일시적으로 보호해준 냉각 효과를 상실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구온난화는 앞으로 수십 년 이상 계속될 것이며 과거와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은 수세기에 걸쳐 기후에 영향을 줄 것이지만 대기오염 물질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대기오염 개선으로 인한 온난화 가속 효과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