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인간 수명에는 유전자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수명은 유전자보다 생활환경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더 중요하다고 하버드 대학 의학부 연구팀이 전하고 있다.
이번에 하버드 대학 의학부 연구팀은 영국 대규모 바이오뱅크인 UK 바이오뱅크에서 수집된 49만 2,567명분 유전자 정보와 의료 기록, 라이프스타일 등 정보를 이용해 분석을 실시했다. 함께 연구팀은 체내 단백질이 시간 경과와 함께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자 레벨로 조사하고 인간 나이를 특정하는 프로테오믹스 프로파일링이라고 불리는 방법을 이용해 개인 몸이 실제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노화하고 있는지를 추정했다. 참고로 프로테오믹스 프로파일링에는 4만 5,000명 이상 참가자 혈액 샘플이 사용됐다.
연구팀은 164개 환경 요인과 참가자 질환에 대한 유전적 요인을 평가했다. 환경 요인에는 흡연이나 신체 활동량 등 라이프스타일 차이에 더해 생활 조건과 가계 수입, 고용 상황 등 사회적 요인, 유년기의 체중 등 초기 생활 요인이 포함됐다.
더불어 연구팀은 이상 환경 요인이나 유전적 요인이 관상동맥 질환이나 2형 당뇨병 등 22개 주요 노화 관련 질환이나 사망률, 프로테오믹스 프로파일링에 의해 결정되는 생물학적 노화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이런 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노화와 조기 사망에 대한 환경 요인과 유전적 요인 관계성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질환 관련 사망률에 관해서는 연구팀 예상대로 나이와 성별이 수명 변동 절반에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환경 요인이 수명 변동 17%를 차지하고 있는 데 비해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 미만이었다. 이는 환경 요인이 유전적 요인보다 훨씬 건강과 장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 중에서도 폐와 심장, 간 질환에서 환경 요인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한편으로 유방암과 난소암, 전립선암, 치매의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이 강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조기 사망과 생물학적 노화에 가장 영향을 미친 환경 요인에는 흡연 여부와 사회경제적 지위, 신체 활동 수준, 생활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또 10세 시점에서 키가 큰 경우 수명이 짧아지는 것도 판명됐다. 연구팀은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이 결과는 키가 큰 사람은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금까지의 연구와 일치한다.
또 연구팀은 프로테오믹스 프로파일링 결과를 바탕으로 식사와 생물학적 노화 사이에는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만성 질환 리스크와 수명에 있어서 식사 패턴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기존 연구를 뒤집는 것이다.
한편 한 연구자는 생물학적 노화 조사를 실시한 대상자 수가 너무 적어서 연구팀은 식사가 노화에 미치는 진정한 영향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 연구에서의 식사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자기 신고제로 신고한 당시 식사의 질이 비교적 나빴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이번 연구 결과에 관계없이 섭취 식품은 건강과 장수에서 가장 중요한 기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제언했다.
그 밖에 이 연구는 장수에 있어서 유전적 요인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건강이나 장수는 환경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상호 작용에 의해 형성되며 이번 연구는 이런 상호 작용의 복잡성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에서는 가계 수입이나 주택 소유, 고용 상황 등 반드시 개인 통제 하에 있지 않은 많은 요인이 수명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연구 결과는 특정한 유전학적 리스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는 한편 얼마나 건강하고 얼마나 오래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어떤 식사를 하고 어떻게 운동하며 세상과 관계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부각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