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식(來食)은 주방 없는 외식업이 가능한 쿡필먼트 서비스 쿡썹(Cooksup)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 김한성 대표는 7년간 외식 사업을 경영한 외식 전문가다. 6개 브랜드 42개 매장을 전국 이마트와 롯데마트 내에 설치해 운영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때 외식산업 내 어려움, 그 중에서도 다른 산업과 달리 기획과 생산, 판매가 분리되지 못하고 한 사업자가 모두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에 더해 사업 확장 방식이 프랜차이즈로 거의 획일화된 문제점을 극복하겠다는 생각에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
김 대표는 이런 생각에 2019년부터 서비스 콘셉트를 고민하다 2020년 회사를 설립했다. 함께 고민을 나눈 김성준 부대표는 대기업 금융사에서 리스크 관리와 해외 감사 등을 역임한 오퍼레이션 전문가인 도시에 음식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유럽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는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CTO를 맡고 있는 이윤석 이사 역시 금융 사내 IT 시스템 구축 PM 등 다양한 경험을 보유해 앞으로 쿡썹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데이터와 통제 시스템 구축을 맡게 됐다.
래식은 실제 조리 인력을 고용하고 교육, 운영하는 기업인 만큼 이를 수행하기 위해 세계 정상급 요리 학원인 르 꼬르동 블루 디플로마 보유자인 유동일 총괄 셰프와 조리사로 이뤄진 조리팀도 보유하고 있다.
회사명 래식에도 자신이 생각하는 비전과 의미를 부여했다. “제공 서비스를 통해서 바뀌게 될 미래 외식 산업은 남이 해주는 외식, 집에서 먹는 내식 외에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을 수 있는 래식이 주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來(올래) 食(밥식)을 쓰고 표기는 불어 정관사 Le+SIK으로 조합을 했습니다.”
◇ “공유주방과 다르다. 일종의 원격 생산 주방”=래식이 제공하는 서비스인 쿡썹은 외식 산업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외식사업자를 1차 목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김 대표는 “이들 외식 사업자가 사업 수행과 확장에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점포 개발과 확장에 대해 주방이나 인력, IT 솔루션 등 직접적인 서비스를 통합 제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을 1차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쿡썹은 이를 위해 김 대표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통신사가 기지국을 넓혀 서비스를 제공하듯” 먼저 배달 수요 예측 지역에 주방을 설치하고 조리 인력을 고용한 뒤 프랜차이즈 브랜드 유치를 진행한다. 외식사업자는 해당 지역을 검토한 뒤 쿡썹 서비스를 이용해 해당 지역 고객에게 푸드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구조다. 직접 매장 설치와 인력 고용 없이 자신의 브랜드를 곧바로 확장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런데 이렇게 따지면 공유주방과는 뭐가 다를까. 기존 공유주방은 외식사업자 사업 확장을 위해 공간과 기타 인프라를 제공하는 논코어 서비스 제공으로 사업운영자를 유치하는 부동산임대업 성격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쿡썹은 외식사업자가 브랜드를 만든 뒤 수행과 확장에 대한 부분에서 매장과 인력을 직접 대행해주는 코어 서비스라는 게 다르다. 타깃이나 사용 시점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다.
공유주방이나 가상주방은 사용자 관점에서 여러 사용자가 사용 공간 일부를 나눠받아 공용부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매장 개설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가상주방은 사업자가 쿡썹이 제공하는 서비스 지역 내 주방을 통해 서비스해 직접 설치한 주방은 아니지만 고객에게 서비스가 가능한 논리적 의미로서의 말 그대로 가상 주방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원격 생산 주방이랄까. 생산을 대행해서 서비스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따라서 입점 자체는 처음에는 별도 비용은 없지만 쿡썹을 통해 서비스되는 시점 생산 대행 비용이 발생하면 브랜드와 카테고리, 생산 난이도에 따라 수수료가 결정된다. 판매 자체는 쿡썹 주방을 통해 외식사업자가 직접 수행한다. 판매되면 사용 수수료를 내면 되는 식이다. 쿡썹이 서비스하는 영역은 생산과 배달 대행 전달까지다. 물론 생산 이전 계획이나 개발 같은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인 만큼 래식은 이를 위해 다양한 협력망을 구축하고 있다.
◇ 스마트키친 통해 제조 영역 원스톱 통합 서비스 구축할 것=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정리해보면 쿡썹은 외식사업자와 고객 사이에 위치해 생산을 대행해주는 구조다. 고객 주문이 발생하면 외식사업자가 규정한 방식, 레시피에 따라 생산을 수행하고 고객이 지불한 비용이 외식사업자에게 지급되면 사업자가 쿡썹 측에 생산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인 것.
외식사업자가 가장 부담이 되는 매장 개발과 임대비, 인건비 등 고정비를 쿡썹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만 지불하면 되는 비용으로 전환할 수 있어 합리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쿡썹은 기존 외식 모델 고민 중 하나인 비용대비 매출 한계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를 동시 유치해 통합 생산, 매출 한계점을 극복한다. 이를 위한 하드웨어와 인력을 구축하는 만큼 이렇게 구축한 주방을 지역마다 설치해 서비스 지역을 넓혀 사업자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
쿡썹은 현재 서울 지역 양천구 신월동과 강서구 화곡동에 2개 실증 매장을 직접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경성밥상, 가츠린, 이태리면가게, 신떳순 신천할매떡볶이, 유나이티드 스테이크, 짐뚝딱 등 6개 브랜드를 얹어 운영한다. 신월동 매장은 2020년 3월부터, 화곡동 매장은 같은 해 11월부터 운영을 시작했고 판매는 모두 배달의민족 등을 통해서 이뤄졌다. 김 대표는 “모두 별점 4.8∼4.9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아 브랜드 측으로부터 만족스럽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말한다. 물론 브랜드 교체 주기나 파일럿 종료로 지금은 중단한 브랜드도 있지만 추가 브랜드 교체 작업 중이다.
래식은 1차 타깃인 외식사업자 외에 앞으로 서비스 확장과 접근 플랫폼을 개발하고 스마트 키친 설치 등을 통해 더 넓은 영역 고객으로 확장을 꾀할 계획이다. 또 인플루언서와 전문 요리사 등도 늘려갈 방침이다. 그 뿐 아니라 스마트키친을 통해 외식 브랜드 IP 하나로 배달 음식 뿐 아니라 원한다면 급식과 밀키트 등 제조 영역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통합 제공하는 구조로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 2022년엔 쿡필먼트 서비스 전용 주방 등 가시적 성과 목표=김 대표는 해외 사례로 두바이에서 시작한 유니콘 기업으로 최근 4,000억 원을 투자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키토피, 미국 올데이키친 등을 든다. 이들 기업은 지역별 시장 특성상 레스토랑을 원격지에 유치해 서비스하는 형태로 제공하며 서비스 구조상으로는 쿡썹 서비스와 비즈니스 유사성이 가장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쿡썹은 외식 뿐 아니라 제조, 저장에 이르는 산업 전 분야에 접근하기 위한 스마트키친을 개발하겠다는 계획과 접근부터 디지털화해서 외식 생산과 관련한 전 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게 차별화 포인트라는 것. 김 대표는 이런 차별점을 통해 더 정밀한 생산과 레시피 보안, 높은 재현성, 정확한 재고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한다.
쿡썹은 이렇게 전 분야 디지털화를 통해 소프트웨어 진입 장벽을 구축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이를 통해 이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해 서비스 장악력을 높이는 빠른 확장 전략을 노린다.
물론 래식은 초기 스타트업인 데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다 보니 모델 검증 자체는 외부 투자 없이 했지만 주방 설치나 인력 고용 등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인 탓에 막대한 비용 소모가 발생해 자금 면에서 어려웠던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시기 초기창업패키지 같은 정부 지원 사업이나 신보 네스트,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사업성을 검증받았다. 그 뿐 아니라 IBK기업은행이 운영하는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마포 7기 혁신창업기업에 선정되면서 공동 운영사인 엔피프틴파트너스의 액셀러레이팅 지원을 받고 있다. 덕분에 최근에는 투자 유치를 통해 다음 사업 단계로 진행을 하게 됐다.
김 대표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쿡필먼트 서비스 전용 주방 개설과 인력 고용, IT 관리 시스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꾸준한 주방 설치와 브랜드 유치를 통해 다양한 브랜드로 서비스 지역을 넓히겠다는 것. 2022년에는 성공적인 쿡필먼트 전용 서비스 스테이션 론칭과 여러 매장 개설, 추가 투자 유치 외에도 10억 원 이상 가시적 매출 성과와 최소 10개 이상 브랜드 유치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