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주간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인공지능(AI)과 딥 테크 분야의 압도적인 자금 집중 현상과 함께, 에너지 인프라 및 특정 지역 시장의 기록적인 성장세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캐피탈(VC) 투자가 역사적인 수준에 도달했으며, 대형 딜이 시장 전반을 주도하는 양극화 경향이 뚜렷해졌다.
◇ AI 투자, 전체 VC 자금 50% 돌파=2025년 3분기 말 현재, AI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VC 투자는 1,927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AI 부문이 단일 연도 기준으로 전체 VC 투자액의 50% 이상을 차지한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AI 스타트업이 전체 VC 투자액 2,502억 달러 중 60% 이상을 유치했다.
이런 집중 현상은 시장이 AI에 속해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로 나뉘는 양극화(bifurcated)를 초래했으며 AI에 깊이 관여하지 않은 스타트업과 벤처 펀드는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투자 전문가 사이에서는 조기 단계 AI 벤처 투자에 대한 높은 기대로 인해 과열 버블(hype bubble)이 형성되고 있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주요 AI 및 딥 테크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먼저 Unconventional, Inc. Databricks 전 AI 책임자였던 Naveen Rao가 설립한 이 스타트업은 새로운 유형의 컴퓨터를 개발 중이며 a16z, Lightspeed, Lux Capital 등의 참여로 50억 달러 가치로 10억 달러 투자 유치을 추진 중이다. 이는 맞춤형 실리콘 칩과 서버 인프라를 포함하는 새로운 AI 머신을 설계해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걸 목표로 한다.

다음으로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기업인 Supabase는 설립 4개월 만에 2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몸값이 급등하며 Accel과 Peak XV가 주도한 1억 달러 규모 시리즈 E 펀딩을 마감했다. 이 회사는 AI 앱에 필수적인 벡터 툴킷을 포함해 Postgres 기반 오픈 소스 대안을 제공한다.
미국 AI 스타트업 Reflection AI가 유치한 20억 달러 규모 라운드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불과 7개월 전 5억 4,500만 달러였던 기업 가치를 80억 달러로 15배나 끌어올린 막대한 규모다. 구글딥마인드 출신 연구원 2명이 2024년 3월 설립한 이 스타트업은 OpenAI나 Anthropic과 같은 폐쇄형 프론티어 연구소에 대항하는 미국 ‘오픈 프론티어 AI 연구소’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사업 모델은 모델 가중치를 공개해 연구자가 자유롭게 사용하게 하고 대규모 기업이나 정부가 소버린 AI(Sovereign AI) 시스템을 구축할 때 발생하는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오디오 AI 데이터 기업인 David AI는 Meritech과 NVIDIA가 주도한 5,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을 유치하며 오디오 AI를 위한 데이터 레이어를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는 휴머노이드 로봇, 웨어러블, 개인 비서 등 현실 세계 AI 인터페이스 확산을 목표로 한다.
호주 멜버른 기반 AI 스타트업 Lucent 역시 AI 데이터 큐레이션 분야에서 200만 호주 달러 규모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Lucent는 AI 모델이 실제 인간의 온라인 행동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행동 및 웹 상호 작용 데이터셋과 같은 고도로 전문화된 고유 데이터셋을 프론티어 AI 연구소에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호주에 위치한 헬스케어 AI 기업인 Heidi Health는 의료 행정 업무 자동화를 위한 AI 스크라이브를 개발하는 곳으로 Steve Cohen의 Point72 Private Investments가 주도한 6,5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B 투자을 확보하며 4억 6,500만 달러 가치를 인정받았다. Heidi는 이번 자금으로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탈중앙화 AI 기업인 Crunch Lab은 CrunchDAO 핵심 기여자로서 탈중앙화 AI를 위한 인텔리전스 레이어를 구축하기 위해 Galaxy Ventures와 Road Capital이 공동 주도한 500만 달러의 전략적 펀딩을 유치했다.
와이콤비네이터 출신인 Datacurve는 고품질 훈련 데이터 확보를 위해 1,500만 달러(시리즈 A)를 유치했다. Datacurve는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데이터에 집중하며, 숙련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유치하기 위해 ‘바운티 헌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며 데이터 작업을 ‘데이터 라벨링 작업이 아닌 소비자 제품’처럼 취급해 복잡한 강화 학습(RL) 환경을 위한 고도화된 포스트 트레이닝 데이터 요구사항에 대응하고 있다.
◇ 에너지 및 인프라 부문 메가 딜은?=기후 기술 및 인프라 부문에서도 대규모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 먼저 가정용 배터리 기업인 Base Power. 텍사스 기반 기업으로 Addition이 주도한 시리즈 C 라운드에서 10억 달러을 추가 유치했으며 세전 기업 가치(pre-money valuation)는 30억 달러에 달한다. Base Power는 주택 소유주에게 배터리를 리스해주고 이를 텍사스 내 규제 완화된 전력 시장에서 전력망에 다시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이 자금은 텍사스 외 지역으로의 확장과 미국 내 2번째 배터리 공장 건설에 사용될 예정이다.

다음으로 데이터센터 기업인 Digital Edge.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 확장을 지원하기 위해 Bank Central Asia(BCA)로부터 3억 2,500만 달러 기업 시설 자금을 확보했다.
한편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Toyota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15억 달러의 신규 자본 투자을 약속했다. 이 중 6억 7,000만 달러는 전략적 투자 자회사인 Toyota Invention Partners Co.에, 8억 달러는 성장 단계 벤처 부문인 Woven Capital 2번째 펀드에 할당된다.
◇ MENA와 인도 시장…폭발적인 성장세=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과 인도는 이 기간 동안 두드러진 투자 성과를 보였다.
2025년 9월 MENA 지역 스타트업 투자는 74건 거래를 통해 35억 달러을 유치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914%, 전년 동기 대비 1,105% 증가한 수치다. 이 중 26억 달러는 부채 금융(debt financing)이었으며 핀테크 부문이 28억 달러으로 투자를 주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Tamara의 24억 달러 부채 시설을 포함한 대규모 핀테크 거래 덕분에 27억 달러를 유치하며 지역 투자를 선도했다. 2025년 3분기 전체로는 180건의 딜을 통해 45억 달러가 모금되며 분기 대비 523% 증가했다.

인도에선 유니콘 탄생과 전략적 투자가 이어졌다. 먼저 Raise Financial Services. 인도 주식 거래 플랫폼 Dhan 모회사이기도 한 이 기업은 Hornbill Capital과 MUFG Bank가 주도한 1억 2,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12억 달러 이상 가치로 인도의 2025년 6번째 유니콘이 되었다.
다음으로 인도 B2B 이커머스 회사인 JSW One Platforms는 SBI로부터 2,646만 달러를 확보하며 총 6,476만 달러 펀딩을 마쳤다. 이어 GreyLabs AI. 인도 BFSI(은행 및 금융 서비스 산업) 부문을 위한 음성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Elevation Capital이 주도한 1,02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펀딩을 유치했다. 한편 General Catalyst는 인도 디지털 우선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스타트업에 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Lenskart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로부터 11월 중순 IPO 예정 승인을 받으며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벵갈루루를 기반으로 한 사이버 보안 기업 Pantherun Technologies는 국제 확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1,200만 달러(시리즈 A)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북미, 유럽 및 일부 아시아 태평양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펀딩의 약 4분의 1을 연구 개발(R&D)에 할당할 계획이다. Pantherun의 기술은 인공지능을 사용해 자체 키를 생성하는 암호화 시스템을 사용하며, 양자 컴퓨팅 위협에 견딜 수 있는 차세대 암호화 기술을 지원한다. 이는 데이터 유출 및 랜섬웨어 공격 증가, 데이터 보호 규제 강화라는 전 세계적 상황 속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개발자 중심 소프트웨어 기업을 위한 인텐트 플랫폼인 Reo.Dev는 Heavybit 주도로 400만 달러(시드)를 유치했다. 벵갈루루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GitHub, 패키지 설치 등에서 개발자 신호를 포착 및 해석하여 실행 가능한 인텐트 인텔리전스로 변환하는 AI 기반 GTM(Go-To-Market)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 자금은 인력 2배 증원과 미국 첫 사무소 개설에 사용될 예정이다.
그 밖에 다른 지역을 보면 엔비디아 경쟁사인 영국 반도체 회사 Graphcore는 인도 벵갈루루에 새로운 연구 허브를 포함하는 10억 파운드 규모 투자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기반 지분 관리 플랫폼인 Qapita는 Charles Schwab Corporation의 전략적 소수 지분 참여로 2,65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을 유치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 IPO 지연‧대체 앱스토어 부상=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많은 고성장 기업은 기업 공개(IPO)를 미루고 사모 펀딩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시장 변동성과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공모 시장 매력이 감소했으며 IPO를 진행하는 기업의 중위 연령은 2018년 10년에서 2025년 13년으로 증가했다.

한편 유럽 연합(EU)에서 대체 앱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는 초기 회사 중 하나인 AltStore는 Pace Capital로부터 6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A 펀딩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EU 내 디지털 시장법(DMA) 시행으로 앱스토어 시장 경쟁이 개방된 이후 눈에 띄게 성장했다. AltStore는 이번 자본을 활용해 호주, 브라질, 일본 등 다른 시장으로의 스토어 확장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 AltStore는 개방형 소셜 웹인 Fediverse와 플랫폼을 연결할 준비를 하고 있다. AltStore는 자체 마스토돈 서버를 출시하고 개발자가 앱 업데이트를 Fediverse에 게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Fediverse 프로젝트에 50만 달러를 기부할 계획이다.
한편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보안 서비스 그룹 Verisure이 상장 첫날 32억 유로(37억 2,000만 달러)를 조달하며 2022년 이후 유럽 최대 규모 IPO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는 유럽 IPO 시장이 모멘텀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 Verisure 주가는 공모가 대비 21% 상승 마감했다.
아일랜드 스타트업 DevAlly는 유럽의 새로운 접근성 법률(European Accessibility Act, EAA) 준수를 돕기 위해 200만 유로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DevAlly는 AI와 접근성 LLM을 활용하여 기업 웹사이트의 접근성 문제를 자동으로 감사하고 추적하는 기술 중심 솔루션을 제공하며 EU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미국 기업의 유럽 진출을 돕는 교두보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