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브랜드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이 미국 시장 집중에서 벗어나 경쟁 강도가 낮은 신흥 시장으로의 다각화를 모색할 시점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 K-뷰티 수출에서 중국, 미국, 일본 등 핵심 3개국의 비중이 줄고 유럽 등 기타 국가의 비중이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롱테일 형상이 나타나고 있어, 범세계적 확산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카카오벤처스 인사이트풀 데이 2025 ‘하이파이브 더 퓨처’ 행사가 열려 K-뷰티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논의됐다. 카카오벤처스는 K-뷰티의 지속 가능한 성장성과 글로벌 잠재력을 보고 뷰티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텍트그룹, 메이코더스, 포들, 리메세코스메틱뷰티 등 뷰티 폴티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이날 K뷰티 해외 수출 다각화라는 주제로 발표한 안혜원 카카오벤처스 선임심사역은 “K-뷰티 수출 다각화가 진행 중이며 중국과 미국, 일본의 비중이 줄고 유럽 등 기타 국가 비중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백여 개 국가가 모여서 전체 비중의 25%를 차지하는, 말 그대로 롱테일의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하며 범세계적으로 K-뷰티 매출이 성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1025 독도토너로 유명한 라운드랩의 홍진석 이사가 참여, K 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홍 이사는 “최근 K-뷰티 브랜드들이 잇따라 미국에 도전하고 있지만 시장 환경이 점점 더 고비용 구조로 변하고 있어 초기 브랜드에게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은 구매력과 확산력이 좋지만 운송 기간이 길고 아마존 정산 기간이 길어 고비용 구조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충분한 자금과 흔들리지 않는 체력이 있다면 미국으로 가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독립국가연합(CIS)이나 중동, 아프리카 등 경쟁 강도가 낮은 시장에 먼저 진출해 점유율을 키우고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확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라운드랩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실제 올리브영 글로벌 역직구 플랫폼인 글로벌몰 내 미국 비중은 지난 6월 70%에 달했으나 9월 들어 급격히 감소한 반면 홍콩 비중이 800% 가량 급상승한 것이 이러한 변화를 방증한다는 것. 미국에서 소액 우편에까지 관세가 부과되는 정책 변화의 영향도 크다고 덧붙였다.
홍 이사는 K-콘텐츠 확산 효과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신흥 시장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그가 대표적으로 꼽은 지역은 CIS, 중동·아프리카, 홍콩, 대만, 남미 등이다. CIS 국가에 대해 그는 “특히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인종적 유사성으로 K-뷰티의 빠른 정착이 가능하며 현재 성장은 2015~2018년 중국 붐 때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홍콩에 대해서 “유럽 톱 5개국 K-뷰티 매출을 다 합쳐도 홍콩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규모 있고 빠르게 성장하는 중화권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대해서는 “K-팝과 K-드라마 등의 K-콘텐츠 확산이 강세의 배경”이라며 “중동은 지난해 K-뷰티 수출액 톱 10 국가에 진입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미 시장에 대해서도 홍 이사는 “미국 내 스페인어 사용국가 이용자가 많은 점을 들어 브라질 등 남미 시장 역시 잠재력이 크다”고 언급했다.
홍 이사는 어느 시장이든 진입이 쉽지는 않다며 CIS 등에서의 성과는 “미국 시장과 비교했을 때 원활한 성과가 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또 그는 K-뷰티가 아직 미국 내에서 주류에 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초기 브랜드들은 효율적인 시장 선택을 통한 안정적인 성장 기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