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한국에서 일어난 변화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한 사례입니다.”
마르코 마리누치(Marco Marinucci) 마인드더브릿지(Mind the Bridge) 대표는 트라이 에브리싱 2026에서 열린 서울 오픈이노베이션 글로벌데이 무대에 올라 한국 혁신 생태계의 변화를 이같이 표현했다.
마리누치는 “당시 한국은 싱가포르보다 조금 큰 수준이었고 스페인과는 비슷했으며 일본과 독일, 호주보다 규모가 작았다”며 “10년 전 한국의 혁신 생태계는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인드더브릿지가 발간한 테크스케일업한국2025(Tech Scaleup South Korea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스케일업 기업은 218개였고 호주는 281개로 한국보다 많았다. 10년 뒤 한국은 2,127개로 늘어 10배 규모로 성장했지만 호주는 1,580개로 이제 한국이 약 35% 더 많다.

마인드더브릿지는 초기 창업기업 가운데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며 성장 단계에 진입한 기업을 스케일업(Scaleup)으로 구분해 생태계의 성숙도를 살핀다. 즉 새로운 기업이 얼마나 많이 만들어지는가보다 창업한 기업이 실제 투자와 성장을 거쳐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조사를 이어가고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빠르게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2025년 기준 일본 스케일업 기업은 2,268개로 한국의 2,127개보다 많지만 현재의 성장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한국이 일본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마인드더브릿지는 분석했다. 투자된 자본 규모에서는 이미 한국이 일본을 앞서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한국의 성장 배경에는 스타트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르코 마리누치(Marco Marinucci)는 혁신 생태계를 새로운 기술과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공급과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의 수요 그리고 두 영역을 연결하는 투자자·정부기관·대학·연구기관·액셀러레이터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스타트업의 수가 많아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기술이 시장과 자본에 연결되는 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에는 약 700개의 투자자가 활동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확보하고 있는 투자 가능 자금은 약 450억 달러 규모로 소개됐으며 아직 집행되지 않은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 역시 남아 있어 추가적인 투자 여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학과 연구기관, 정부기관, 액셀러레이터 등 스타트업과 기업의 연결을 돕는 ‘Innovation Broker’도 약 60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됐다. 마인드더브릿지는 2005년부터 약 20년에 걸쳐 한국의 혁신정책과 생태계의 변화를 추적했다.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바탕으로 혁신 기반을 구축한 뒤 2013년 TIPS를 비롯한 창업지원 정책을 확대하면서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스타트업의 수를 늘리는 것에서 나아가 특정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도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달라졌다. 마인드더브릿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포춘 글로벌 500 기업 가운데 38곳이 한국에 혁신 거점을 두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전문 R&D센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마인드더브릿지는 로봇, 인공지능(AI), 산업자동화, 첨단제조 등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성장한 스타트업·VC 생태계를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찾는 배경으로 분석했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글로벌 진출은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자와 시장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주로 설명됐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직접 R&D센터와 혁신 조직 등 Innovation Outpost를 설치하고 국내 스타트업과 기술을 탐색하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발표에서도 이러한 글로벌 기업의 한국 내 혁신 거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한국 혁신 생태계에 대한 발표 이후에는 카테리나 크리파(Caterina Crippa) A2A 매니저, 루카 보르도냐(Luca Bordogna) ENI 오픈이노베이션 헤드, 살바토레 에밀리오 보나코르소(Salvatore Emilio Bonaccorso) 핀칸티에리 오픈이노베이션 헤드 등 기업 관계자와 글로벌 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과 외부 혁신 생태계와의 협력, 한국 스타트업과의 연계 가능성 등을 논의하는 패널토론과 네트워킹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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