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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보호 가능한 SNS 찾으세요?


이석원 기자 - 2021년 12월 7일

위티(Witi)는 본캐와 부캐를 간편하게 오가며 사용하는 사생활 보호 SNS를 표방하는 리플러(Rippler)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심지훈 위티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꿈은 창업가가 아니라 변호사였던 그의 표현을 빌자면 “보수적인 학생”이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법조계 진출에 흥미를 잃고 진로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하던 중 교양 과목으로 우연히 디자인씽킹 강의를 수강하게 됐다.

디자인씽킹은 팀원과 문제를 선택해 학 학기 동안 해결한 다음 마지막날 발표하는 스타트업 축소판 같은 강의였다. 심 대표는 재미를 느끼며 참여했고 “이런 일이라면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한다.

이 강의가 계기가 되어 그는 2016년 10월 위티 전신인 창업동아리를 만들었다. 이 때부터 문서 편집 소프트웨어나 온라인 공개 강의 플랫폼, 플러그링 등 다양한 아이템을 기획해 여러 무대에서 검증하곤 했다.

사생활 노출에 민감한 MZ세대가 아이디어로=리플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건 2019년 5월이다. 심 대표는 어린 동생이 SNS를 사용하면서 사생활 노출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걸 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물론 리플러를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건 이런 개인적 흥미 외에도 잠재 시장 규모가 충분히 크다는 점 등 사업화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2016년부터 사업화를 시도했던 아이템은 팀 역량 부족이나 부족한 시장 규모, 자본금 부족 등으로 번번이 사업화에 실패했다. 이에 비해 심 대표는 리플러의 경우 팀 역량과 시장 규모, 자금 조달 여러 측면에서 사업화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한다. 또 동생 친구들이 초기 시장 검증에 참여해 Z세대 학생이 사생활 노출 문제에 공감하고 노력을 기울인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했다. 이어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시장 검증 결과를 토대로 2020년 9월 이재문 CTO와 신동원 CMO 영입 등 팀을 꾸려 그해 11월 청청콘에서 우승하며 1억 2,000만 원을 조달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 여기에 추가 자금을 더해 모두 6억 원 가량 자금을 순차 조달하며 팀을 차근차근 키워 현재 10명으로 이뤄져 있다.

물론 이런 과정 중에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학생으로 이뤄진 팀이었을 당시에는 프로토타입 품질이 너무 낮아 결국 외주개발사와 협업하는 방향을 택한 적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외주개발사 2곳이 중간에 계약금을 가로채는 문제가 발행해 자금 수천만 원과 6개월 가량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2020년에는 열악한 근무 조건으로 팀원 전원이 이직하는 사건도 있었다. 핵심 개발자 2명이 이직하면서 팀원 전원이 흩어지게 됐고 심 대표는 이 사건을 계기로 CEO 티타임을 도입하고 인수인계서 작성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다양한 아이템 개발에 실패를 거듭한 기간만 해도 2년 6개월에 달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서비스를 내놓게 된 것이다.

◇ 공개+익명 결합한 사생활 보호 SNS=이렇게 탄생한 리플러는 사생활 보호 콘셉트를 내건 SNS다. 진짜 전화번호로 활동하는 귓속말 피드와 부캐를 활용해 익명으로 활동하는 대나무숲 피드로 이뤄져 있다. 기존 SNS에선 원치 않는 사람이 자신의 게시물을 보거나 반대로 자신도 보기 싫은 사람 게시물을 봐야 했다. 하지만 리플러 귓속말 피드에선 사용자가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게시물 공개 그룹을 선택하기 때문에 원치 않는 사람이 자신의 게시물을 못 보게 되고 공개 대상으로 선택한 게시물만 모아서 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거나 게시물을 올릴 때에는 부캐를 만들어 활동하게 된다. 진짜 전화번호로 활동하는 귓속말 피드와 달리 대나무숲 피드에선 익명 프로필인 부캐로 활동하기 때문에 자신과 친한 친구라도 자신이 뭘 좋아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기본적으로 알 수 없다. 심 대표는 “이 때문에 사용자는 누구 눈치 볼 필요 없이 편안하게 SNS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요즘 SNS는 일종의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처럼 주변인에게 나를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는 다시 말해 광장처럼 변해버린 탓에 솔직한 얘기를 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포스팅할 때마다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불편함을 가장 느끼는 건 MZ세대다.

한편 MZ세대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고 소통하기는 원한다. 심 대표는 “이 때 익명성은 사용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속성”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리플러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는 올리지 못했던 사진이나 이야기가 올라온다. 소개팅에서 겪은 썰이나 망한 셀카, 반려동물 사진, 식당에 대한 솔직한 후기 등 진솔한 얘기가 오가는 것이다.

심 대표는 공개 범위 설정에 따라 리플러 사용자당 평균 올리는 게시물 수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보다 훨씬 높다고 말한다. “공개 범위 설정 등을 통해 사용자가 편안함을 느낀 결과”라는 설명이다. 공개 범위 설정으로 인한 단점도 물론 있다. 아무래도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게시물을 도달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자랑을 위한 게시물을 올릴 때에는 리플러보다는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는 게 좋을 수 있다.

리플러 고객은 20대 초반 여성 사용자 중 SNS 사생활 노출에 민감한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심 대표는 하루에 많으면 150여 명에 달하는 사용자가 리플러에 가입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앱스토어 탑차트 63위에 올라가는 등 사용자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리플러를 구축하면서 딱히 단일 서비스를 벤치마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슷한 서비스를 꼽자면 대나무숲 피드는 블라인드, 레딧, 빙글, 에브리타임 등과 비슷한 편이며 귓속말 피드는 카카오톡, 비트윈, 밴드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차이라면 리플러는 귓속말과 대나무숲 2개 공간이 합쳐져 있다는 것이다.

리플러는 친한 친구와 소통하는 귓속말 피드와 익명 대화를 하는 대나무숲 피드를 합쳐 여러 앱을 오가는 수고를 덜고 대나무숲 피드에선 프로필 3개를 만들어 관심사에 따라 닉네임을 바꿔가며 쓸 수도 있다.

심 대표는 기능적 편리함 외에도 다른 SNS에서 찾아보기 힘든 솔직하고 생생한 콘텐츠가 올라간다는 점,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게시물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한다.

사용자 확보와 콘텐츠 확보가 가장 큰 과제=위티는 특허 출원 중인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친한 정도에 따라 공개되는 정보를 달리하고 같은 게시물도 내용이 다르게 보이게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사용자가 투표와 게시물 분류에 참여해 기존 SNS보다 훨씬 정확하게 게시물을 분류하게 하는 기술도 갖고 있다. 여기에 AI와 사용자가 상호보완적으로 게시물 분류 정확도를 제고시켜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리플러의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 서비스 외에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기프티콘 판매, 좋아하는 상대방 속마음 확인하기 같은 재미있는 서비스에 대한 인앱 결제 3가지를 들 수 있다.

리플러 누적 가입자 수는 2,000명 이상이며 애플 앱스토어 탑차트에서 63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월간 페이지 뷰가 13만 건 이상 발생한 상태다. 물론 심 대표는 “아직 초기여서 사용자가 부족하다는 고질적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며 사용자를 머물게 하는 가장 큰 요소가 콘텐츠인 만큼 사용자 확보와 동시에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수급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위티는 IBK기업은행이 운영하는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마포 7기 혁신창업기업에 선정돼 공동 운영사인 엔피프틴파트너스 액셀러레이팅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심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최소 4개 이상 기관투자자와의 접점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 뿐 아니라 콘텐츠 협력이 가능한 파트너도 창공을 통해 얻은 것 가운데 하나라는 설명이다.

심 대표는 내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사용자를 확보하고 콘텐츠 수급과 서비스 개선이 가장 주된 목표” 라며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잔존율을 키우는 게 2022년 가장 주요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또 서비스 가능성에 대한 점검이 끝나가고 있는 만큼 2022년 3월까지 투자 유치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후에는 개발 중인 킬러 기증에 대한 업데이트와 이를 소재로 한 마케팅을 단행해 본격적으로 네트워크 규모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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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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