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자는 ‘취업 외국인을 위한 생활공간’이라는 비전을 앞세운 스타트업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외국인 130만 명이 장기 체류하고 있으며 이들 중 70%에 해당하는 장기체류 외국인인 100만 명이 구직 혹은 취업 중인 상태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은 특정 공간에서 취업 과정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지인, 친구를 통해 대부분 구인구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
이런 이유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론 불법 취업이나 임금 체불 같은 인권 문제를 들 수 있다. 외국인 특성상 비자라는 기반 위에서 취업이 일어나야 하지만 외국인 취업비자는 전문성으로 인한 진입 장벽이 높아 외국인 구인 요구가 있음에도 쉽게 고용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상욱 케이비자 대표는 “케이비자는 이런 기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취업 외국인을 위한 IT 플랫폼을 표방한다”며 “이를 통해 취업 외국인이 누구나 당연하듯 평범한 일상으로 살아가는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한다.
◇ 허가 여부 판단 시간 5시간→15분으로=이 대표는 당초 2015년 행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외국인 대상 출입국 업무를 전문 분야로 삼아온 행정사였다. 업무 중 대부분 찾아온 외국인은 문제가 발생한 이후 찾아오기 일쑤였다고 한다. “사정을 듣다보면 실질적인 예방이 가능한 사항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이 대표 혼자 만은 외국인을 상담하다 보니 처리할 수 있는 한계가 명확했다. 이런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존 행정 업무를 IT에 접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는 사업을 결심했다.
창업을 하면서 느낀 건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에 자신이 다루던 영역이라도 개발이나 디자인, 기획 등 모르는 분야나 영역이 대부분이라는 것. 이를 해결할 전문가를 모아 현재 팀원을 구성했다.
현재 우리나라 비자 종류는 300가지가 넘으며 비자 특성상 다양한 전 세계 변수나 법률 변경으로 인해 수시로 바뀌는 일도 빈번하다. 따라서 개인이 모든 비자 요건을 매칭하며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설명이다.
이런 문제로 행정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를 통해 비자를 바꿔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호간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로 비자 업무가 진행되는 것. 물론 외국인이라는 특성상 의사 소통 한계가 있어 그런 면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가장 비효율적인 부분은 비자 특성상 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들었다.
예를 들어 A라는 비자를 갖고 체류하는 외국인이 B라는 비자로 변경하려면 물어봐야 할 일정 요건이 10가지 남짓. 이 부분을 일정 양식에 따라 답변값을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상담을 진행하지 않고 훨씬 빠르게 비자 변경이 가능하다. 이 영역을 IT 기반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케이비자는 이를 통해 5시간 소요되는 불확실한 허가 여부 판단 시간을 15분 내로 단축시켜준다.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
그뿐 아니라 대다수 취업 외국인이 원하는 비자 종류는 사실 한정적이다. 유학생은 다음비자로 구직비자(D-10)나 취업비자(E-1~E-7) 같은 비자를 원하지만 이를 가이드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300가지가 넘는 비자 종류에서 현재 비자를 누르면 3∼5가지 신청 비자를 누르도록 유도해 비자 상담 효율성이나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얘기다.
케이비자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3가지다. 구인구직 광고와 행정 업무, 제휴 서비스가 그것이다. 물론 구인구직은 원칙적으론 무료다. 하지만 상당 노출에는 일정 광고료를 받는다. 행정 업무는 행정사 영역인 만큼 업무를 처리할 때 비용을 받는다. 제휴 서비스는 외국인등록증을 기반으로 필요한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안에는 한국어 교육과 부동산, 다양한 IT 기계, 할랄푸드 등이 있다. 케이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정보를 취득해 제휴 업체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 단순 구인구직·비자발급 아닌 정보 공유처로=그렇다면 이런 서비스가 왜 이전에는 없었을까. 이 대표는 기존 취업외국인 대상 기업의 경우 구인구직이라는 서비스 이외에 다른 부분을 명확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고 말한다. 비자 업무는 전문가 영역으로 외국인 특성상 비자라는 게 없으면 근본 해결이 안됐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더구나 기존에는 비자를 바꾸거나 케어에 대한 영역은 빠진 상태에서 구인구직이 이뤄졌다. 따라서 대다수 외국인을 찾는 기업은 영주 자격(F-5)이나 국제결혼(F-6) 등 어디서든 취업이 가능한 외국인을 선호해 구인해왔다. 이 대표는 “케이비자는 외국인 비자라는 강점을 보유해 좀더 넓은 시야에서 비즈니스 영역을 볼 수 있었고 이런 부분까지 인식한 게 진입장벽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말하는 케이비자의 강점은 기술력에 있는 건 아니다. 이 대표는 특성상 AI 등 높은 수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IT 기업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고질적인 취업 외국인 시장 문제를 지식서비스에 IT를 접목해 해결하는 솔루션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적 강점이 명확한 건 아니지만 다른 외국인 관련 스타트업과 달리 기존 비자와 외국인 관련 데이터가 많이 쌓인다. 이 대표는 외국인 특징이나 상황을 이해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현재 6건을 특허 출원했고 계속 특허 출원을 통해 진입 장벽을 높여갈 계획이다.
케이비자에 대한 반응도 좋다. 베타서비스 중 한국조사협회 조사 결과 외국인 중 80%가 케이비자에 대해 긍정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취업 이후 케어를 원하는 외국인이 많았고 특히 취업비자 이후 기간 연장이나 근로 문제 케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를 해결할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은 긍정 반응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비자는 앞서 밝혔듯 아직 베타 서비스 중이다. 2022년 2월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비자 상담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며 하루 2∼3건씩 상담 연락이 오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성장 방향을 묻는 질문에 “외국인 사업을 운영하는 특성상 사업 확장은 명확하다”고 말한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검증이 끝나면 빠르게 언어를 확장하겠다는 것. 이후 해외에 있는 167개 재외공간에 케이비자를 마케팅해 해외 인재와 국내 기업을 연결하는 구인구직 시스템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외국인등록증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 정보 영역을 AI 등으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2022년은 케이비자에 중요한 한 해”라면서 빠른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취업외국인이 입국에서 출국까지 지울 수 없는 앱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지울 수 없는 이유가 단순 구인구직이나 비자 발급 편의성이 아닌 다양한 취업 외국인과 정보를 공유하고 어려움을 나누면서 만족감을 주는 기업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한편 케이비자는 IBK기업은행이 운영하는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마포 7기 혁신창업기업에 선정돼 공동 운영사인 엔피프틴파트너스 액셀러레이팅 지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