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컴업2024에서 ‘딥테크 창업을 선택한 20대 청년들의 대담한 여정’이라는 주제로 퓨처토크가 진행됐다. 이인섭 프리딕션 대표 진행으로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가 20대에 창업한 스토리를 전했다.
이너시아는 여성이 느끼는 삶의 불편함을 과학 기술을 통해 해결하자는 비전을 가지고 첫 제품인 생리대를 출시해 동명의 이너시아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생리대는 흡수층을 만들 때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원료를 사용하지만 이너시아는 이 흡수층 제작에 있어 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하고 유기농 방식으로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뉴빌리티는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로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를 상용화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 어쩌다 창업=특이하게도 두 대표는 모두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김효이 대표는 공대생으로 당연히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런 방식으로 물건을 만들어 출시를 먼저 하다보니 이것이 창업임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대표 역시 또한 창업을 염두에 두고 뉴빌리티를 설립하지 않았다. 그는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일 때 뉴빌리티를 만들었는데 원래 학교에서 인공위성이나 로켓을 만드는 등 프로젝트 팀으로 시작했으나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를 만나 비즈니스적인 피드백을 받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쩌다 시작한 창업으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그는 창업을 자전거에 비유하며 “내가 조금만 방심하면 넘어지고 내가 조금만 열심히 하면 또 너무 빨리 달려서 구성원들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업의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게 한 것도 팀이었다고.
◇ 중요한 건 팀=이상민 대표는 피봇을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인공위성을 만들다가 로켓을 만들고 게이밍 디바이스를 만들다 갑자기 킥보드 안전장치, 지도를 수집할 수 있는 매핑 디바이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율주행 로봇을 만들었다. 이렇게 많은 아이템을 피봇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었다.
이 대표는 “아이템은 얼마든지 새롭게 피봇할 수 있지만 사람은 피봇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아이템은 계속 새로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이 바뀌거나 지치면 다 같이 안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그 당시 함께했던 팀원들이 아직도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창업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도망치고 싶었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항상 위기가 있었다. 100명이 있어도 어려웠고 120명 임직원이 있어도 어렵고 50명 있을 때도 그때의 고민이 항상 있었다“며 ”그때마다 대표이사가 진짜 중심을 잘 잡아줘야 되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창업 과정에서는 예상밖의 일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나고 심지어 그게 고객사와의 일이 됐던, 투자 이슈가 됐던 인사적인 이슈가 됐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정말 하루하루 ‘어떻게 여기까지 터지지’ ‘정말 어떻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런 시나리오까지 갈 수 있지’ 라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 결국 이 어려운 과정을 헤쳐나가는 방법은 대표의 역할과 판단력이 중요한데 이 대표는 이 상황을 메크로하게 또 마이크로 하게 살펴보면서 정말 최악의 상황인지 아니면 진짜 큰 상황에서의 진짜 악의 상황인지를 구분하는 방법을 사용해 위기 상황을 비교적 평정심을 갖고 극복해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효이 대표 역시 딥테크 산업 특성에 따라 창업 초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기술 창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끝이 안 보였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기술 개발을 하는 것에 시간을 쏟다 보니 이걸로 제품을 낼 수 있는건지 상상이 어려웠다. 어디까지 기술로 개발하고 어느 선에서 우리가 제품화할 거고 고객에게 출시할 건지를 결정하는 것이 끝이 없는 과정이다 보니까 이 터널이 끝나기는 하나 좀 그런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또 “취직을 하게 되면 앞으로 내가 승진을 하고, 어떤 모습이겠지가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창업자는 내가 꿈꾸지 않으면 미래의 모습을 그리기 어렵다”며 “우리 회사는 아직도 (대표인) 내가 꿈꾸지 않으면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팀원한테 꿈을 심어줘야 되는 건 대표인데 가끔씩 대표도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려 불안감이 커지곤 했지만 열심히 할수록 가끔은 몰라도 되고 가끔은 좀 넘어져도 되고 내가 정말로 우리 회사가 잘 갈 수 있을 것 같은 방향을 제시하면 그 길들이 쌓여 우리 회사의 모습이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이 생겼다. 김 대표는 “이러한 나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함께 열심히 일해주는 팀이 있어서 창업자들이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하며 팀에 대한 소중함을 시사했다.
◇ 딥테크 스타트업 자본 조달은?= 딥테크 분야는 창업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극복을 하셨는지에 대한 질문에 두 대표 모두 딥테크 회사가 자본의 힘이 없다면 성장하기 힘들다는 부분에 동의했다.
김효이 대표는 “기술은 우리 아이템에게 차별점을 만들어주는 요소”라며 “많은 자본이 들어가고, 더 힘든 것도 맞지만 하루에도 우리와 같은 아이템으로 창업하려는 사람이 많은 현실에서 기술이 남들과의 차이점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에 자본 조달 걱정은 타파해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술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엑셀러레이터 혹은 투자자도 있고 기술 스타트업을 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기회, 나라에서 주는 기회 또는 투자팀에서 주는 기회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게 창업의 허들이 되지는 않고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는 요소이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대표는 “기술 스타트업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자본이 계속 투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자본이 계속 투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어떻게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투자자가 ‘이 회사는 계속 자본이 들어가야 되네, 그러면 이거 언제까지 자금이 들어가야 되지? 근데 흑자 전환을 해야 되는데.’ 라는 고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가 생각했을 때 투자자와 또 우리 실제 내부의 계획을 어느 정도 공유하면서 맞춰가는 게 너무 중요한 것 같다. 왜냐하면 빅테크 회사가 자본을 안 쏟으면 그만큼 기술 흐름이 늦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며 딥테크 분야에서의 자본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대표는 “빅테크 같은 경우에는 장점이 로컬 비즈니스가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글로벌로 가기도 편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역으로 글로벌 자본 싸움에서 이겨야 된다라는 부담감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쟁사들이 큰 금액의 자금을 투자받는 것을 보다 보니 결국 비용을 가지고 싸워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아직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 창업 어려워…그래도 하고 싶다면?=두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나 혹은 창업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창업은 힘든 여정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남겼다. 이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는 정말 많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오늘 진짜 잘 나가는 거 같은데 내일은 아니고, 계약을 다 딴 것 같았는데 없어지는 등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며 “창업을 하고 싶으면 이 모든 물결을 받을 준비가 된 사람이 하셨으면 좋겠고, 마음이 맞는 3-4명의 공동창업자와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표라면 대표가 좋아하는 사업을 해야 되는 것 같다. 너무 하루하루 고통스러운데, 내가 싫어하는 사업을 하면 이 기간을 버틸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하루 힘들지만 그럼에도 내일 일어날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 하는 일들이 굉장히 작을지라도 이게 내 회사를 위한 일이고 우리 내가 꿈꾸는 그 사업을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기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때 창업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