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직원들이 초기 고객이 되어 제품 안정화를 빠르게 마칠 수 있었고 레알 마드리드와의 PoC 기회도 얻었다.”
방지원 모티 대표는 17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슈퍼스타트데이 슈퍼스타트 4기 릴레이 피칭 오프닝 강연에서 LG 협업을 통해 얻은 성과를 이렇게 소개했다. 데이터 기반 피트니스 머신을 개발하는 모티는 슈퍼스타트 3기 우수기업으로 이날 무대에 섰다. LG는 2018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슈퍼스타트를 운영하며 협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왔다. 올해 행사에는 3기와 4기 기업 총 32개사가 참여했으며 첫날에는 인공지능·퀀텀, 바이오, 클린테크, 퓨처테크 등 분야 슈퍼스타트 4기 22개 기업이 성과를 발표했다.

첫 순서로 무대에 오른 망고부스트의 김장우 대표는 AI 서버의 구조적 병목을 지적했다. 그는 “AI 서버에서 네트워크가 20% 이상 비용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며 데이터처리장치(DPU)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가속 솔루션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엔비디아 종속을 넘어 국산 AI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인공지능 주권”이라고 강조했다. 망고부스트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DPU 기반 네트워킹 솔루션 설계 기업이다.

뒤이어 황성주 딥오토 대표는 에이전트 AI로 불리는 문서 분석 자동화 솔루션을 소개했다. 황 대표는 “로펌에서 M&A 실사에 수십 명이 2주간 투입되지만 우리 시스템을 쓰면 1시간 만에 끝난다”며 “시간은 천 배, 비용은 백 배 절감된다”고 말했다. 그는 솔루션을 금융, 법률, 투자 분야를 중심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최인경 타날리시스 대표는 핵심 보유 기술로 특허 비전문가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특허 분석 AI와 특허 전문가에게 특화된 특허 분석 AI를 선보였다. 최 대표는 “특허 분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며 “좋은 기술들을 발굴하고 이런 기술들을 기업과 기업 간에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미래의료를 바꾸는 생명공학 스타트업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김동성 셀로이드 대표는 오가노이드(인공 장기) 배양 기술을 소개하며 “사람의 줄기세포로 장기의 기본 기능을 가진 세포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노섬유망 구조를 활용해 세포를 일정 구간에 가둬 균일한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며 “덕분에 비용을 60%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LG생활건강, LG화학과 함께 신약·화장품 테스트를 하고 싶다”며 협업 의지도 전했다.

백은종 아트블러드 대표는 아트블러드를 조혈모세포를 유전자 조작해 정상 세포주를 확보, 적혈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의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백 대표는 “우리는 임상용 혈액 GMP 공장을 준비 중” 이라며 “LG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 결합해 빠르게 임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후 위기와 순환경제를 겨냥한 클린테크 분야에서는 친환경 솔루션들이 무대를 채웠다. 황동수 블루카본 대표는 “제조업에서 탄소 비용은 이익률을 갉아먹는 가장 큰 부담”이라며 “블루카본의 기술은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블루카본은 인공 산호 입자를 활용해 하루 만에 자체 중량의 30%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고속·저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해양 생태계가 수년간에 걸쳐 진행하는 탄산칼슘 고정 과정을 단축한 것이다. 황 대표는 “3년 내 글로벌 선도 기업인 클라임웍스와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며 “확보된 탄소배출권은 미국 시장에서 거래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퍼스트랩은 집속형 초음파 기술을 통해 계면활성제 없이도 물과 기름, 나노입자, 유기물 등을 안정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았다. 황보민성 CTO는 “우리 기술은 단순한 분산을 넘어 추출, 살균, 난분해 물질 분해까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400kHz 대역 초음파를 활용한 장비 ‘디블렉스’는 연구용부터 생산용까지 라인업을 갖췄으며 이미 국내외 인증도 완료했다. 그는 “초음파로 공정의 처음과 끝을 아우르는 혁신을 제공하고 있다”며 글로벌 화학·제약 기업들과의 협업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노상철 에이엔폴리 대표는 “플라스틱은 한때 기적의 소재였지만 지금은 기후 위기의 주범”이라며 “우리는 자원 재순환성과 품질 경쟁력을 모두 확보한 나노셀룰로스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혁신 소재 기업인 에이엔폴리의 공정은 건조 단계를 생략해 에너지를 절감하면서도 기존 대비 30% 이상 강화된 물성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복합소재, 화장품, 2차전지 바인더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현재 LG화학과 분리막 코팅제 및 배터리용 바인더 PoC를 진행 중이며 연간 1,000톤 규모의 생산 공장 완공도 앞두고 있다. 노 대표는 “우리는 소재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퓨처테크 세션에서는 소재·부품·장비 혁신 기업들이 미래 산업을 겨냥했다. 아크로멧은 연자성 소재를 기반으로 고주파 전자산업에 필요한 자성 분말과 코어 제품을 개발 한다. 조인성 대표는 “니켈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자기적 특성을 유지한 인덕터 코어를 현대차 등과 협업해 상용화 단계에 올렸다”며 “글로벌 독점 기업만 생산하던 비정질 소재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패러데이다이나믹스는 고토크 밀도 서보모터를 통해 인간과 로봇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제시했다. 장한뜻 대표는 “감속기에 의존하지 않고도 큰 힘을 내는 외유내강형 모터를 개발했다”며 “기존 모터 대비 성능과 토크 품질을 모두 개선해 로봇 산업의 ‘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대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이 기술은 이미 파일럿 공장을 통해 양산 준비에 들어갔으며 향후 로봇을 넘어 다양한 인간-기계 상호작용 분야로 확장될 전망이다.

에타일렉트로닉스는 무선 충전 솔루션으로 산업 현장의 혁신을 겨냥했다. 남정용 대표는 “로봇이 늘어날수록 충전 문제는 필연적으로 커진다”며 “자기 공진 방식을 적용한 ‘엘릭스’ 솔루션은 코일 정렬과 관계없이 최대 2.4kW급 고속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로봇 작업 동선에서 기회 충전을 하거나 원격 관리 플랫폼으로 충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로 배달 로봇, 물류 로봇, 농업 로봇에 적용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였으며 최근 KC 인증도 획득했다. 남 대표는 “무선 충전 기술로 로봇부터 전기차까지 확장해 LG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코라스로보틱스는 로봇팔에 부착하는 그리퍼(gripper)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한다. 30년 연구를 통해 개발한 기술들로 특히 기존 로봇 손의 비싼 가격과 낮은 내구성을 극복하고자 저렴한 모터로 구성된 그리퍼를 개발했으며 손가락 교체 시스템을 통해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 주방 로봇부터 치과용 기기 자동화, 다양한 조리 과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 적용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송재복 대표는 “LG와 협력해 공정에 맞는 그리퍼를 공동 개발하고 다양한 용기를 열고 닫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구현 등 다양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빔은 레이저를 활용한 위성통신 기술을 개발한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기존 전파 통신보다 100배에서 1,000배 빠른 속도로 우주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송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며 “이를 위해 위성을 정밀하게 추적하고 지구 대기 영향으로 흔들리는 레이저 빔을 보정하는 기술 등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천문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설립한 회사로 단순 우주와 지상간 통신뿐 아니라 지상과 지상, 지상과 공중 등 데이터를 고속으로 주고받는 다양한 분야에서 LG와 협업할 예정이다.

우주 쓰레기와 인공위성 수명 단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우주 서비스 스타트업 워커린스페이스는 우주 공간의 주유소이자 정비소 역할을 수행한다. 고장 난 위성을 수리하거나 연료를 보충해주는 등 위성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해동 워커린스페이스 대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우주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며 “2028년 서비스 로봇 발사를 목표로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페어리테크, 큐노바, 포엘, 윌코, 씨에이티빔텍, 웨어러블에이아이, 에이플라, 아이디어오션 등도 발표에 나섰으며 이들 4기 22개 기업은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 LG와의 협업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겨냥하고 있다.
최인경 타날리시스 대표는 “LG를 통해 다른 계열사와 PoC 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스타트업레시피와 이화여자대학교 스타트업 기자단이 공동 진행하는 기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