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시장 확대가 기존 은행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지만 오히려 본업을 확장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23일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코리아블록체인위크 2025(KBW2025) 메인 컨퍼런스 KBW2025: IMPACT 행사 패널 토론에 참여한 국내 주요 은행 관계자들은 이같이 입을 모으며 디지털 자산 시장의 급변 속에서 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의 디지털자산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한 패널토론에는 정혁 하나은행 부장, 이상률 KB금융지주 부장, 윤성후 우리은행 부장, 김병희 신한은행 셀장이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최근 몇 년간 가상자산 시장의 급성장과 더불어 특히 스테이블 코인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자산이 등장하면서 은행들은 더 이상 이 변화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
패널들은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배경으로 미국의 정책 변화와 같은 거시적 환경 요인을 꼽았다. 정혁 하나은행 부장은 “기존에는 리스크가 높은 분야로 경계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새로운 산업 분야”라며 “디지털 자산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등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률 KB금융지주 부장은 “정부와 국회의 제도화 추진 움직임에 발맞춰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며 “국내 특화된 제도가 마련되면 그에 맞는 시나리오를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성후 우리은행 부장은 “디지털 자산은 여전히 가상의 영역이라는 내부적 시각이 있었지만 2년 전부터 별도 전담 조직을 만들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신사업으로서의 가능성을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희 신한은행 셀장은 규제 부재로 인해 인정받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상용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디지털 자산은 단순히 기술이 아닌 은행 본업을 확장하는 도구”라고 정의했다.
패널들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확장이 은행의 핵심 업무인 여신(대출)과 수신(예금)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하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정혁 부장은 “디지털 자산 기반의 자산 관리 시장이 전통 금융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보지만 금 운용 신탁 상품과 같이 다양한 자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상품이 나올 수 있다”며 기회 요인을 언급했다. 이상률 부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예금 및 대출 서비스의 편의성을 제고하는 한편 스테이블 코인 등으로 인해 예금이 위험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성후 부장은 “디지털 자산 시장 확대가 위기인 것은 맞지만 트렌드를 거부하기보다 스테이블 코인 등을 담보로 하는 새로운 여신 상품을 개발하는 등 활용도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병희 셀장은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는 “은행도 수신과 여신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지만 은행이 가진 ‘신뢰’야말로 기존 웹3 세상의 한계를 극복하는 핵심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기업 금융 및 외환 업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다. 패널들은 빠르고 저렴한 국제 송금이라는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자금 세탁 방지 등 은행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혁 부장은 전체 외환 프로세스가 한 번에 바뀌기보다 송금의 특정 단계부터 점진적인 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병희 셀장과 이상률 부장은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는 디지털 자산의 회계 처리 및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 해외 벤치마킹과 업계 간 협의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희 셀장은 “스마트컨트랙트만으로 신뢰가 완성되지 않는다”며 “금융사가 쌓아온 규제·통제 경험이 디지털 자산 시장 성장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률 부장 역시 스테이블 코인의 회계 기준 불명확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현금성 자산인지 금융자산인지조차 정립이 안 돼 있다”며 국제 사례를 참고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8회째인 KBW2025는 2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전역에서 진행된다. KBW2025의 메인 이벤트인 KBW2025: IMPACT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탤앤리조트에서 24일까지 열리며 글로벌 연사 300명, 세션 130여개, 110여 개 부스로 구성돼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행사 첫날에는 에릭 트럼프, 트럼프 주니어, 백악관 디지털자산 정책 관계자 등 글로벌 리더들이 참여해 비트코인과 규제 방향을 논의했으며 이밖에도 아서 헤이즈(Arthur Hayes) 메일스트롬 공동창업자 저스틴 선(Justin Sun), 트론(TRON) 창업자 잭 폴크먼(Zak Folkman),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공동창업자 김서준 해시드 대표, 릴리 루(Lily Liu) 솔라나재단 회장, 베로니카 카스푸티나(Veronika Kasputina), 톤 스트래티지 CEO 등이 연사로 나섰다. 또 행사 공식 컨퍼런스 파트너로는 수이(Sui), 스테이블(Stable), 제로지(0G)가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