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투자자와 기업가 및 기술 생태계 이해 관계자 수천 명이 세계 최고 기술 스타트업 행사 중 하나인 슬러시에 참석하기 위해 헬싱키를 방문했다. 인구 500만 명에 불과한 핀란드는 어떻게 세계 기술 혁신 생태계를 끌어들일 수 있었을까. 더 신기한 것은 그들은 1년 중 가장 춥고 어둡고 우울한 시기인 11월에 이런 행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 해답은 유럽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투자자 혹은 창업자라면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혁신 생태계 중 하나인 뉴 노르딕 지역(New Nordics)을 형성하는 8개국 중 하나다. 흔히 유럽의 유니콘 공장으로 불리는 뉴노르딕 지역은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을 제외한 세계 어느 지역보다 1인당 유니콘 수가 많다.
아토미코(Atomico)의 2021년 유럽 기술 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뉴노딕스는 3,300만 명에서 38개 유니콘을 배출했는데 이는 영국 55개(6500만 명), 독일 36개(8300만 명), 프랑스 22개(6700만 명)보다 높은 수치다. 스카이프, 스포티파이, 슈퍼셀, 유니티와 같은 기업명은 이 지역에서 유래됐다. 이런 성공 비결은 뭘까.
우선 38개 유니콘이 지역별 이노베이션 빙각의 일각만 반영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실, 더 깊은 수준에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및 리투아니아는 디지털화, 혁신, 기업가정신, 투명성, 기술 채택률 등을 다루는 대부분 글로벌 지수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결은 그들의 시스템에 있다. 노르딕 모델은 시장 자본주의와 전면적인 복지국가를 결합해 자유로운 공교육과 강력한 사회보장을 제공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며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는 위험보다는 유익하게 여기는 문화를 키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공 부문은 효율적인 디지털 거버넌스와 자금 및 기타 지원을 위한 풍부한 기회를 포함해 생태계를 위한 강력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이 모든 것을 새로운 기술을 열렬히 받아들이는 모든 인구에 더하면 노르딕인은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위한 단단한 기반을 만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뉴 노르딕 스타트업 생태계가 동아시아, 특히 일본 벤처캐피털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르딕 아시아 벤처 얼라이언스(Nordic Asia Venture Alliance)에 따르면 2013년부터 현재까지 뉴노르딕 스타트업에 334개의 동아시아 투자 라운드가 이뤄졌다. 가장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네이버 Z와 삼성벤처투자가 덴마크 모션 캡처 기업 로코코(Rokoko)와 핀란드 광검출 스타트업인 EIFys에 투자한 바 있다.
동아시아 VC는 유럽 대륙 가장자리에 오랫동안 위치해온 뉴노르딕 지역이 녹색 전환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가장 혁신적인 해결책 중 일부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과 이스라엘과 같이 더 잘 알려진 스타트업 생태계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또한 북유럽 지역은 유럽을 찾는 동아시아 기업에게 좋은 진입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만약 뉴 노르딕 분위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슬러시는 첫 출발점으로 좋은 기회다. 혹은 2023년 봄에 다른 다양한 테크 행사들이 열리며 그때쯤이면 날씨도 좋아질 것이다.
글: 이지수 NAVA(Nordic Asian Venture Alliance) 프로젝트 어시스턴트
코펜하겐에 기반한 NAVA(Nordic Asian Venture Alliance)는 덴마크는 북유럽 벤처케피털과 아시아 LP간 파트너십을 지원, 아시아 지역 벤처캐피털의 북유럽 진출을 지원한다. 또 북유럽 스타트업 투자 정보와 다양한 스타트업 행사를 통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