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화려하게 등장한 숏폼 스트리밍 서비스 (OTT) 퀴비(Quibi)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진한 성과에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 퀴비는 현재 매각, 스팩(spac)을 통한 상장, 나아가 추가 투자 유치 등 생존을 위한 모든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퀴비는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창업자와 맥휘트먼 전 HP대표가 설립하고 출시 전 10억 달러 이상(1조 2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화제가 됐다. 퀴비가 유치한 총 투자금은 거의 18억 달러(2조원)에 달한다. 스티븐스필버그 등 유명 감독들을 섭외해 10분 내 짧은 콘텐츠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하겠다는 퀴비의 전략은 사실상 6개월 만에 실패로 끝났다. 모바일 특화로 내세운 기술인 턴스타일(사용자가 모바일 기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자유자재로 회전하는 기술)은 경쟁사와 특허소송에 휘말린 상태며 비용과 인재들을 끌어들인 것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인기를 얻은 히트작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부진은 팬데믹의 영향과 넷플릭스, 디즈니, 틱톡 등 경쟁사에 비해 특색없는 콘텐츠, 턴스타일 기술의 불분명한 목적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퀴비 인수에 관심을 가질 기업은 누가 있을까. 분석가들은 대부분 레거시 미디어가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갖고 있지만 NBCUniversal 이나 ViacomCBC 같은 곳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있다. 컴캐스트 소유의 NBCUniversal은 최근 포켓(pocket)을 출시했으며 viacomCBC는 파라마운트+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과 아마존같은 기술 기업도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며 또는 버라이존, 티모바일 같은 통신사도 밀레니얼을 위한 모바일 특화 콘텐츠에 가치를 둘 수도 있다. 틱톡, 유튜브도 구매자가 될 수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치는 브랜드 네임, 기술력, 가입자 수 등에 따라 평가되지만 퀴비는 유료 고객의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브랜드 네임도 업계에서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퀴비가 가진 극명한 단점은 퀴비가 콘텐츠의 주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퀴비는 더 많은 크리에이터의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콘텐츠의 권한을 크리에이터에게 속하도록 했다. 퀴비가 7년간의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2년이 지나면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재창조해 다른 곳에서 활용할 수 있어 독점적이지 않다. 퀴비를 인수해야할 이유가 없어지는 대목이다. 디즈니라면 퀴비를 인수해도 좋고 퀴비의 일부 콘텐츠를 사들여도 무방한 것이다.
퀴비는 매각이 아닌 스팩을 통한 합병으로 금액을 조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자금을 확보한 후 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한 전략이다. 퀴비는 성명서를 통해 성공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출시했으며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형태를 개척하고 있고 주주와 고객과 직원들에게 큰 기회를 가져다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고 매각 및 스팩 추진 등에 대한 사실 여부에는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