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이 화두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이제는 중견기업 더 나아가 스타트업까지 기업 경영에 있어 ESG를 도입해야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란 직역하면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를 뜻하는 말로 기업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지속 가능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3가지 핵심 요소를 말한다.
하지만 정작 ESG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최신 트렌드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지 고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 교육 기관 언더독스가 지난 10월 6일 서울 신당동에서 ESG 최신 정보 교류 네트워킹 자리인 제1회 페이스메이커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행사가 특별한 것은 ESG 경영 실천 최전방에 서서 그 틀을 만들어가야 하는 대기업과 기관 실무자만을 위한 자리라는 것. 이런 취지에 맞게 행사에는 대기업부터 재단, 스타트업 지원 기관까지 ESG 담당자 20여명이 참여했다.
최근 정부 합동부처 발표로 배포된 K-ESG 가이드라인에서는 “창업가 육성이 ESG 경영 실천에 있어 각광받는 솔루션 중 하나”라고 언급하고 있다. 예비창업자를 키워내는 창업사관학교를 표방하는 언더독스는 창업가 육성을 핵심 사업으로 삼아 ESG에 기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역 창업가를 키워내고 지역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데 주력, 한국 사회가 극복해야할 과제 중 하나인 지방 소멸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조상래 언더독스 대표는 이 자리에서 “ESG 경영 실천이 점점 중요해지는 가운데 소셜 임팩트를 필요로 하는 과제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며 “언더독스가 마련한 페이스메이커 세미나를 통해 지방 소멸과 소상공인과의 경쟁력 등을 함께 강화할 수 있는 창업가 육성 같은 사례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며 행사 취지를 밝혔다.
◇ ESG 경영 피할 수 없는 이유=첫 강연은 오현주 대신경제연구소 ESG 팀장이 ESG 경영 트렌드를 주제로 발표했다. 오 팀장은 ESG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책 책임)간 차이를 설명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말해 두 용어는 관점의 차이이며 ESG는 투자 관점에 가깝다는 것. 오 팀장은 “실제 ESG를 추진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성과와 수익률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조사 결과로 나오면서 ESG는 모든 기업이 신경을 써야 하는 이슈가 됐다”고 덧붙였다.
오 팀장이 정리한 ESG 경영의 필요성은 크게 3가지다. 첫째. 기업이 투자자 요구를 민감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쁜 것을 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특히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ESG를 추구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기업마다 더 ESG에 신경 쓰게 됐다고 한다.
둘째는 규제 강화. 기업이 자발적으로 만든 이니셔티브를 지켜야하는 세상이 왔고 RE100 등이 규제처럼 작용한다는 것. 기업이 지속가능한 보고서를 써야할 때 ISO, TCFD, RE100 등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지켜야하는 것이 하나의 필수 요소가 됐다는 설명이다.
셋째는 소비자 요구다. 소비를 통해 신념이나 가치를 표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등 MZ세대가 의미 있는 가치 소비를 하면서 기업도 그에 맞게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기업 ESG 활동을 평가할 때 기업 홈페이지에 올라간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기업 내 ESG 정책 등을 충실히 담은 홈페이지를 구축할 것”도 당부했다.
대기업이 지역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실제 사업 사례도 발표했다. SK E&S 기획팀 최은정 매니저는 언더독스와 함께 추진한 로컬라이즈 군산의 기획 배경 등을 소개하며 기업 활동이 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ESG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로컬라이즈 군산은 지역 재생 상생 프로젝트로 SK E&S가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헌 사업이다.
최 매니저는 “과거에는 CSR 개념으로 사업을 추진해 일회성으로 그쳤다면 군산은 어떻게 하면 장기적인 임팩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기존에는 경영진 생각을 기반으로 기획을 했다면 군산은 이해관계자까지 고려해 기획한 것. 기업이 해결해야 할 핵심 사회 문제를 환경과 고객/지역과의 상생, 특히 지역 기반 에너지 인프라 비즈니스 특성을 고려해 지역 재생, 지역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최 매니저는 군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전략으로 단기적인 인프라 개발이 아닌 창업팀 장기 육성을 중심으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역정착형 창업이 지역 내 소상공인과의 발전적 교류와 지역 외부 자원 유치 등 부가적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SK E&S는 군산에 이어 다른 지역에서도 상생 프로젝트를 확장해갈 계획이다.
강연 후에는 간단하게 언더독스 조상래 대표와 박병룡 코치 팀장이 참여한 가운데 ESG 프로그램 기획 워크숍과 네트워킹이 진행됐다.
◇ 정보와 네트워크를 한 번에…=이번 행사는 ESG 기업 활동을 대외적으로 추진하는 기업 실무진에 맞춘 주제로 진행한 만큼 참여한 실무자 만족도가 높았다. 참여자들은 모두 정보와 교류에 대한 갈증으로 행사에 참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의 필요성에 따라 덜컥 ESG 직무를 맡게 됐지만 정작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 자리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는 것.
성나희 SK에코플랜트 프로는 “언더독스와 SK가 추진했던 군산 로컬라이즈 사례가 좋아 실무자를 만나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다”며 ”ESG가 화두가 되고 있지만 오래되지 않아 실무자 네트워킹이 어려운데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성민 SK애코플랜트 프로는 “SK에코플랜트가 사회 공헌 차원에서 환경 사업을 하면서 넷스파, 요크 등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친환경 스타트업을 지원하는데 관심이 커 청년창업가를 육성하는 언더독스와 교류를 통해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은 자리였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언더독스와 지역 사업을 함께 진행했던 양윤모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책임은 “한국타이어는 타이어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최대한 환경에 해를 끼치는 것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ESG를 추진해오고 있다”며 “앞으로 ESG는 점차 중요해지는 이슈라고 보고 지역 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언더독스가 좋은 파트너로 함께해왔다“고 말했다. 강지훈 SBA 서울창업허브 성수 선임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생각하고 있는데 ESG가 새로 나온 주제이고 스타트업에게도 어렵기 때문에 다른 실무자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해서 참여했다”며 “지원 기관에서도 ESG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상래 대표는 “이번 페이스메이커는 파일럿 행사로 진행됐지만 필요에 따라 향후 행사를 정례화해 ESG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특히 ESG를 통해 지역사회의 소상공인의 기업화 및 창업 생태계 지원과 같은 활동이 기업의 ESG 실천 방안으로 각광 받고 있어 적극적으로 사례를 공유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춘천감자빵으로 유명한 감자밭 제품 등 언더독스가 육성한 기업 제품이 선물로 주어져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