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매년 수많은 스타트업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수도권은 물론 여러 지자체에서도 지역 특색을 담은 스타트업 이벤트를 열고있으며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가 나와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스타트업레시피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공동으로 4월 21일부터 5월 13일까지 약 3주간 스타트업 생태계 종사자 10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 국내 스타트업 행사에 대한 선호와 인식을 살펴보고 양적, 질적 성장과 더불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행사의 방향을 제시하고자한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대(48%)였으며 40대(30%), 20대(14%), 50대 이상(8%)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9%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인천(19%), 경상권(14%), 전라권(8%) 순이었다. 직업군은 스타트업 지원 공공기관 종사자(35%)와 스타트업 종사자(33%)가 주를 이뤘으며 대기업/중견기업 및 투자자(21%), 일반인·예비창업자·학생(11%)도 참여했다.
네트워킹 중심 오프라인 선호=조사 결과 응답자의 37%가 지난 1년간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 3~5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0회 이상 참여한 응답자도 14%에 달해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들의 행사 참여가 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행사 방식 선호도는 오프라인이 가장 선호됐고(48%) 하이브리드(온라인+오프라인)를 선호한 응답자도 44%로 나타났다. 반면 온라인 단독을 선호한 응답자는 8%에 그쳐 스타트업 행사는 대면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선호하는 행사 내용 역시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했다. 복수 선택이 가능한 질문에서 강연 중심 컨퍼런스가 많은 선택을 받았으나 가중치 100 기준 행사 유형 선호도 1순위로는 네트워킹 중심 이벤트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 뒤를 스타트업 전시/부스, 강연 컨퍼런스, 데모데이, 워크숍 순으로 이어져 정보 획득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위한 네트워킹이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인지도·만족도 TOP3 행사는…=가장 인지도가 높은 스타트업 행사로는 중소벤처기업부 주최의 컴업(COMEUP)(18.3%)이 꼽혔고 KDB산업은행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넥스트라이즈(Nextrise)(18.1%)가 0.2%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서울시 주최의 트라이에브리싱(Try Everything)(10.5%)은 3위에 올랐다. 이 세 행사는 모두 2019년에 시작돼 서울에서 개최된다는 점과 정부 주도 성격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행사 참여 경험 역시 인지도 순위와 유사하게 컴업(24.7%), 넥스트라이즈(22.3%), 트라이에브리싱(10.1%) 순으로 나타났다. 만족도도 컴업(27.9%)과 넥스트라이즈(26.4%)가 1% 내외의 차이로 선두를 달렸으며 3위는 경기 스타트업 서밋(8.2%)이 차지했지만 만족도율은 다른 행사와 비슷하게 10% 아래로 나타나 컴업과 넥스트라이즈가 만족도 면에서 두각을 보였다.
이 외에도 국제인공지능대전, 트라이에브리싱과 부산에서 열리는 바운스와 아시아스타트업페스티벌 등이 비슷한 수준의 만족도를 보였다. 바운스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다 지난해 부산시 아시아스타트업페스티벌과 공동으로 개최된 바 있다.

올해 참여 의향이 있는 행사 역시 인지도와 만족도가 높았던 컴업, 넥스트라이즈, 트라이에브리싱과 더불어 국제인공지능대전, 아시아스타트업페스티벌, 경기 스타트업 서밋 등이 상위에 랭크됐다. 다만 TOP2 행사 참여 의향이 22~24%대인 반면 둘을 제외한 나머지 행사들의 참여 의향은 10% 이하로 낮아 일부 주요 행사에 대한 선호도가 집중되는 경향이 보였다.
만족도 결정 요인은?
참여한 행사에 대한 만족도 이유로는 스타트업 다양성과 수준이 높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연사 및 강연 콘텐츠의 유익함/흥미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아쉬운 점으로는 네트워킹 기회 및 연결 부족, 프로그램의 기대 이하, 연사 발표 내용의 식상함 등이 지적되었다. 이는 응답자들이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실질적인 만남과 연결을 기대하지만 현재의 행사들이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보여준다.

스타트업 행사에 참여하는 주된 목적 역시 새로운 아이디어와 트렌드 파악(28%)과 투자자, 파트너, 업계 관계자와의 네트워킹(26%)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행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는 네트워킹, 투자 유치 기회, 글로벌 스타트업 및 전문가와의 교류 등이 꼽혔다.
비슷한 행사·네트워킹 부재는 한계=국내 스타트업 행사의 한계에 대해서는 천편일률적인 행사 스타일(21.9%)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매년 비슷한 포맷으로 운영돼 새로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또 행사 참여의 주요 목적인 네트워킹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형식적이라는 응답도 15.3%에 달했으며 보여주기 식 행사가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관식 의견에서는 수도권 중심의 유사한 행사 개최와 정부 주도 행사의 VIP 중심 개회식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실제 인지도 TOP3 행사 모두 정부 주도 행사라는 점에서 이러한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글로벌 행사 부재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지역 행사들이 글로벌 행사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인 글로벌 연계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개선 방안으로는 지자체별 행사 통합과 컴업, 넥스트라이즈, 트라이에브리싱 등 대표 행사의 통합 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 한국의 CES, MWC, 슬러시와 같은 행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외에도 스타트업 전시 부스 형태를 넘어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고 창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행사 기획,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 참여를 위한 행사 분야 다양화, 유명인 중심의 연사보다는 선배 스타트업의 경험 공유 기회 확대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