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레시피는 2020년 말 국내를 대표하는 VC 30인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살펴보고 발전된 생태계를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액셀러레이터, 초기 VC, 성장 단계 VC, CVC, 임팩트 투자사 등이 전한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일부 투자사 의견을 추가해 2021년을 평가하고 2022년 스타트업 생태계를 전망해봤다.
“2021년은 코로나19로 성장한 해”
대다수 투자자는 2021년 스타트업 생태계 점수를 80점 이상으로 줄만큼 2021년은 스타트업에게 큰 관심과 성장 기회가 열린 해였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오히려 비대면 서비스가 부상하며 성장이 두드러졌다는 것.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는 “2020년이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으로 투자가 위축되거나 관망세에 있었다면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이 스타트업에게 대부분 절호의 기회가 됐다”며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도 투자를 적극적으로 재개, 확대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맹두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코로나 회복세와 관계없이 2021년은 언택트, 디지털, AI 가속화에 따라 새로운 산업 출현과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관련 투자가 증가했고 과거보다 새로운 환경이 명확해지고 글로벌 경계가 약해짐에 따라 유망 벤처기업 성장 속도도 가속화됐다”고 평가했다.
또 시중에 풀린 자금이 많아지면서 유동성 증가로 기업 가치가 크게 상승하고 좋은 기업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자간 경쟁도 심화된 해이기도 했다. 경국현 KTB네트워크 이사는 “유동성 증가가 산업 구조와 벤처투자시장 지형 등에도 많은 영향을 줬고 전반적인 가치 상승으로도 이어졌다”고 생태계를 설명했다. 강석흔 대표는 “시장 유동성 과다로 투자사간 경쟁이 격화됐음을 체감한 해”라고도 말했다.
코로나19가 모든 기업에게 좋았던 것은 아니다.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대표는 “90% 이상이 코로나 수혜를 받았다고 보지만 정말 사업을 잘 꾸리고 있었던 팀 중 일부는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곳들도 존재했다”며 “모두에게 좋은 해는 아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쿠팡 상장 성공…韓 스타트업 글로벌 위상 높아져”
2021년은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해외 VC 관심이 부쩍 커진 한해였다. 유니콘 스타트업에게만 주목했던 글로벌 투자사가 초기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집행하며 달라진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투자자 다수는 해외에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맹두진 부사장은 “지인을 통해 해외 VC로부터 한국 스타트업을 소개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오랜 기간 스타트업 투자를 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해외 투자자 관심이 커지게 된 이유는 쿠팡의 성공적 상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 다수가 2021년 키워드로 쿠팡 상장을 꼽기도 했다. 허진호 어뉴 대표는 “쿠팡 상장 후에는 해외 LP를 만나도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 점이 가장 좋다”고 언급했다.
“스타트업간 인수합병, 더 증가할 것”
2021년은 스타트업간 인수합병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된 시기였다. 빨라진 혁신 속도에 맞게 외부의 좋은 기업을 흡수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현명함을 발휘하는 것.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사는 것이 예비 유니콘 중심으로 늘고 있다”며 “시간을 산다는 개념으로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합병을 하는 것”이라고 늘어난 스타트업간 합병에 대해 설명했다. 구중회 LB인베스트먼트 전무는 바이오 기업을 예를 들며 “많은 바이오 기업이 있지만 이 가운데 1년에 상장하는 기업 수는 한정적”이라며 “좋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기업간 합병이 앞으로는 더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국현 이사도 같은 의견을 전했다. 경 이사는 “산업 사이클이 급격히 올라가지 않는 한 상장 사례가 숫자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 같지는 않다”며 “이런 부분 때문에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M&A에 대한 화두가 던져져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투자 키워드는 메타버스·블록체인·ESG”
다수 투자사가 2022년에도 투자 활성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주목할 만한 투자 분야로 메타버스, 블록체인, ESG 등을 주요 관심 테마로 꼽았다.
경국현 이사는 “ESG,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모두 유망한 분야로 생각된다”며 “ESG는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기도 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만 이윤 추구라는 기업 본질과 어떻게 절충해 나가며 사업적 판단을 내리고 경영을 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3가지 영역 모두 새롭게 떠오른 분야인 만큼 신중함도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강석흔 대표는 “세 분야 모두 2022년 한 해 만의 이슈가 아니라 장기적인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투자 업계가 실망감으로 너무 빨리 기대가 꺾일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 성장과 더불어 콘텐츠 분야 성장을 예측하기도 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웹툰 ,웹소설 분야와 파생적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2차 저작물을 커뮤니티로 묶는 플랫폼 예를 들면 위버스 플랫폼 같은 영역에서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에도 투자 활성화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크지만 글로벌 경제 상황이 2022년 투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긴축 정책이 시행될 것을 우려한 것. 임정민 시그나이트 파트너스 투자 총괄은 “환율,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가 안 좋아질 수 있는 시그널이 있기 때문에 충격이 조금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석흔 대표는 “2022년 연초부터 이미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협이 시작됐다”며 “후기 단계 투자자부터 투자 밸류 하향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차츰 중기, 초기 단계로 도미노 현상이 예상됨에 따라 신규 투자 유치에 나서는 스타트업은 이전과 같은 과다한 밸류에이션 욕심은 버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국현 이사 역시 “투자 시장이 예년만큼 항상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투자 시장 위축에 대비해 필요한 자금을 미리 넉넉히 확보해서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과 분석 내용은 스타트업레시피 투자리포트 2021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