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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이노베이션과 미래 모빌리티가 만난 날


이석원 기자 - 2024년 10월 10일

2025년 240만, 2035년 390만, 2045년 670만…. 앞으로 예상되는 80세 이상 국내 인구다. 스튜디오갈릴레이 김현명 대표는 우리나라 고령화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고 초고령 사회는 일본이다. 지난 2022년 기준으로 일본에서 7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7%.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7.7%로 언뜻 보면 양호해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20년 이상이 지나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2050년 우리나라는 7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5%에 달하고 2070년이면 30%에 도달하는 전 세계 첫 국가에 이름을 올린다. 3명 중 1명이 고령자인 세상이 열리는 셈이다. 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단연 높은 수치다.

고령화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파급력을 가져온다. 일단 2045년이면 20∼59세 인구와 60세 이상 인구가 같아진다. 이 얘기는 생산을 하지 않는 소비 인구 증가를 뜻한다.

◇ 고령화와 미래 모빌리티가 만나는 지점=그런데 김 대표가 가뜩이나 심란할 것 같은 얘기를 내던진 곳은 용인 오픈이노베이션 네트워킹 데이 행사다. 지난 10월 8일 용인시청 문화예술원에서 열린 이 행사는 용인시산업진흥원이 주최하고 혁신 기반 시드 기업 투자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더이노베이터스가 주관한 것으로 모두 3회로 개최될 예정. 1회차 주제는 미래 모빌리티였다.

여기에서 그가 던진 화두와 모빌리티가 만난다. 2050년이 되면 2024년 대비 통근차 숫자는 확연하게 줄어든다. 쉽게 말해 고령 인구 증가는 심지어 모빌리티 분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고령화 증가는 이동 수요 감소, 이동 목적지 변화, 이동 수단 변화, 이동 노선 변화, 이동 시간 변화까지 모든 걸 바꿔버린다.

김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모빌리티에도 유연화와 자동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동화는 무인화 그러니까 자율주행 기술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런데 유연화란 뭘까. 바로 스튜디오갈릴레이가 사업을 진행 중인 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 그러니까 수요응답형 교통 서비스다. 유연하게 용량이나 노선, 운영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모빌리티 시스템을 말한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버스를 카카오택시처럼 불러서 이용하는 셈”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실제로 바로 DRT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선 미국 LA메트로마이크로(LA Metro Micro)가 DRT 100대를 운영 중이다. 2028 LA 올림픽 기간 중에는 버스 3,000대를 투입해 아예 차 없는 게임(No Car Game)을 치르겠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영국 런던 시 역시 일반 승객과 휠체어 사용자가 함께 탑승할 수 있는 DRT 차량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스튜디오갈릴레이는 용인시 기흥역에서 서울 강남역까지 DRT를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한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모빌리티의 유연화는 “부유경제(Floating Economy)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이동수단만을 맞춤형으로 유연하게 제공하는 게 아니라 맥도날드가 직접 찾아오고 편의점이 직접 찾아오는 경제의 이동을 말한다. 실제로 일본에선 노인을 위한 생필품 쇼핑 서비스 그러니까 이동식 슈퍼를 지자체 70.9%가 이미 2020년 기준으로 운영 중이다. 증국 역시 대도시에서 자율주행 이동형 상점을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용인시도 모빌리티 분야에 힘을 주고 있다. 물론 정이삭 용인시산업진흥원 미래산업팀장은 “관내 모빌리티 관련 기업은 570여 개로 인접한 성남 등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지만 주로 제조업 관련 분야”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들어오는 등 용인시 관내에선 모빌리티 자체보다는 반도체세가 더 강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도체가 모든 미래 산업을 위한 오일 격인 만큼 모빌리티 같은 미래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실제로 용인시는 이 달 말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S&P 기업 수명이 70년대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이유=고령화가 던진 떡밥에 말려 먼저 다뤘지만 사실 미래 모빌리티는 이 날 주제였을 뿐 사실 대전제는 오픈이노베이션이었다. 최성안 2080벤처스 대표가 이 날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사례 등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최 대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개방형 혁신, 열린 혁신”이라고 정의하며 내외부 혁신 자극을 받아들여 기존 사업 확장이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요한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지금은 기술이 쏟아지는 시대다. 기업 내부에서만 이런 수많은 혁신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리고 보니 권현석 용인시산업진흥원 산업진흥본부장 역시 인사말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홀로 감당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커진 상태인 만큼 협업이 필요한 때”라고 말하지 않았나.

실제로 혁신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대기업이라고 해도 말이다. S&P 기업 수명은 70년대만 해도 평균 35년이었지만 지금은 18년으로 줄었다. 혁신을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과거에는 효율성, 생산성에만 집중할 수 있던 시대였지만 이젠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은 한마디로 적자생존, 다양한 환경 적응력이 높을수록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는 얘기다.

권현석 용인시산업진흥원 산업진흥본부장 역시 인사말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홀로 감당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커진 상태인 만큼 협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오픈이노베이션이 주는 이점으로 기업 성장과 이익 향상, 이노베이션 가속화, 비용 삭감과 효율화 3가지를 들었다. 그는 오픈이노베이션을 도입한 기업 80%가 매출과 수익 증가를, 신제품 시장 도입까지 평균 30%가 단축된다는 점, R&D 비용이 최대 50% 줄어든다는 숫자를 제시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에게도 기회를 제공한다. 해외진출 등 비즈니스 기회 확대, 실적과 이를 바탕으로 한 투자 유치 유도, 스케일업, 더 나아가 엑싯 기회 확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한국 생태계 내 문제점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 대표는 한국 생태계 문제로 정부 쪽을 보자면 정부가 오픈이노베이션 예산을 1년 단위로 배정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더구나 정부가 과도한 개입을 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최 대표는 이를 해소하려면 규제 완화나 네거티브 규제 도입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기업이라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국내 대기업 상당수에게 오픈이노베이션은 여전히 마케팅의 시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최 대표 설명을 빌리면 “회사 브랜드 노추과 협업 활동 중간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론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부재나 전문 인력 부재, 조직 구조나 문화가 성장 동력을 앗아간다.

최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C레벨 관심이나 실패에 대한 관대한 문화 정착, 기업가정신 정착, KPI 등 개선을 말한다. 그는 궁극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이 성숙기로 가면 매출 상승, 비용 감소로 간다면서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모델 중 글로벌 시장에선 주로 벤처 클라이언트가 주류지만 국내에선 기업형 액셀러레이터가 다수를 차지하다가 최근에는 하락 추세다. 이유는 전문성 부족,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문제 등이다. 이런 이유로 요즘에는 외부 액셀러레이터에 위탁을 하는 분위기다. 최 대표가 권하는 모델은 벤처 빌더. 기업 내부적으로 사내 팀을 키우는 팀 빌딩을 말한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경우 1년에 최소 5개 이상 사내 벤처를 키워내고 있다.

최 대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성공시키려면 전략적 비전 정의,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뭘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먼저 알고 시작하라는 얘기다. 그래야 필요한 스타트업도 먼저 찾을 수 있다는 것. 최 대표는 또 국내에선 오픈이노베이션을 하면 대기업 관계자는 도와준다는 뷴위기가 많지만 서로 윈윈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대차증권 이정우 투자운용팀 매니저에 따르면 제로원 오픈이노베이션 펀드는 지난 7년간 192개 기업과 협업하는 한편 2017∼2023년까지 200개 기업에 1조 3,000억 원을 투자했다.
이승룡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부장 역시 현재 9개국에서 운영 중인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소개했다.

이 날 행사에는 현대자 제로원 펀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등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 중인 대기업도 나와서 사례 발표에 나섰다. 현대차증권 이정우 투자운용팀 매니저에 따르면 제로원 오픈이노베이션 펀드는 지난 7년간 192개 기업과 협업하는 한편 2017∼2023년까지 200개 기업에 1조 3,0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매니저는 제로원의 특징으로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 관점에서 계열사, 협업사와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든다. 이승룡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부장 역시 현재 9개국에서 운영 중인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소개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는 이유로 신기술 습득, 전통적 제조업을 더 잘 하려는 노력 일환, 기업 내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함양하려는 것 등 3가지를 들기도 했다.

용인 오픈이노베이션 네트워킹 데이 행사는 앞으로 2회 더 남았다. 10월 29일은 인공지능과 반도체, 11월 19일에는 바이오와 헬스케어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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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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