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투자 상황 작년과 다르지 않다. 내년도 비슷할 것”
지난해부터 악화된 투자 혹한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스페이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4′ 간담회 패널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모두 스타트업 투자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어둡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경기가 좋지 않아도 투자자는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 하반기를 기대했는데 작년과 거의 비슷하게 좋지 않다”며 “이런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특히 민간에서 대기업 투자가 줄었다“며 ”기업 자체 위기론과 함께 출자양도 줄어든 것이 한 이유“라고도 덧붙였다.
최근 투자를 유치한 코르카 정연현 대표는 “지난해는 투자 환경이 너무 좋지 않았고 올해가 조금 좋아졌지만 그래도 안 좋은 상태”라며 “투자자들도 기대가 높아 AI 기업이라도 투자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정책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경제진흥원의 김종우 창업본부장은 올해 펀드 집행 속도가 느려졌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정책 펀드 운영을 6년했는데 과거에는 펀드 결성 후 바로 투자가 됐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며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변하고 기업 평가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는 트렌드 리포트 2024 설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창업자·투자자 10명 중 6명은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2023년 대비 위축된 것으로 평가했다. 또 투자 유치와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창업자 48.4%, 투자자 53.5%로 절반에 달했다. 향후 1년 뒤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거나 부정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 창업자와 투자자도 각 82.4%, 66.5%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환경이 악화됐지만 AI 스타트업에는 전세계적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는 상황으로 국내도 마찬가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국내 AI 스타트업은 특정 버티컬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들이 투자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용관 대표는 “데이터 소스가 유니크하거나 가치가 있든지 사업 생태계가 독특해 다른 모델이 접근이 어렵다든지 버티컬로 들어가 그런 영역에서 활동하는 곳들이 투자 유치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3차원 현미경 광학기기 개발사 토모큐브, 다크웹 AI 언어 모델 운영사 S2W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정영현 대표는 “AI 라고 모두 투자를 잘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정 도메인에서 잘하는 곳, 파운데이션 모델이 있다는 가정 하에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곳들이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종우 본부장은 공공분야에서 내년 AI 분야 예산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공공은 트렌드를 따라간다”며 “메타버스, 스마트 헬스케어에 이어 AI가 금년부터 화두가 돼 2025년에는 정부에서 예산 편성을 많이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원천 기술의 강점은 없다”라며 “기술을 응용하는 기술 사업화 쪽에서 R&D 프로그램, 스케일업 프로그램이 내년에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는 2014년부터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매년 공동 시행해 온 설문조사로 이번 설문조사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의 인식과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9월 13일부터 27일까지 총 15일간 오픈서베이와 리멤버(창업자, 투자자)를 통해 진행됐다. 창업자 250명, 투자자 200명, 대기업 재직자 200명, 스타트업 재직자 200명, 취업준비생 200명이 해당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올해는 특히 조사 대상에 투자자를 새롭게 추가했으며 특별 주제로 ‘AI 관련 인식’을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