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모두의 창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모두의 창업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예산 1,550억 원을 투입한 국가 창업 지원 프로그램. 아이디어 작성부터 AI 기반 멘토 추천, GPU와 AI 솔루션 지원까지 창업 모든 과정을 하나로 설계한 오디션 형태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출범한 모두의 창업 1기에는 6만 2,944명이 지원해 이 가운데 13∼73세까지 5,000명을 최종 선발했다. 중기부는 지난 16일 SVC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17개 시도 현장과 유튜브 생중계를 연계해 성대하게 출범식을 열었다. 하지만 1기 출범과 거의 동시에 대규모 개인 정보‧사업 정보 유출 사고에 휘말린 것.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15일 오전 9시부터 16시 사이 허가받지 않은 IP가 비공개 데이터베이스에 무단 접근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 사고로 1차 심사를 통과한 합격자 5,000명에 대한 이메일 주소 외에 핵심 자산인 비즈니스 모델 요약본, 심사위원 개별 평가 내용이 외부로 유출됐다. 창업진흥원은 18일 통과자 전원에게 정보 침해 피해를 알리는 문자를 발송했다.
이번 유출 사태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경찰은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국무총리 후보자이기도 한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다만 장관은 중기부가 사고를 인지한 즉시 외부 접근을 차단하는 등 긴급 보안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사고 이전부터 보안 전문 창업팀이 잠재적 취약점을 제보하는 한편 스레드나 오픈카톡방 등에서도 우려가 나왔지만 운영 측이 조치하겠다고만 하고 실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소셜미디어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두의 창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태원석 앤젤릭윙 대표는 이번 사태를 전적으로 창업진흥원과 무능한 개발사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비공개 정보가 화면에 보이지 않아도 데이터베이스에서 브라우저로 불러올 수 있게 처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스크레이핑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이건 완전한 보안 실패라고 지적했다. 또 API 역시 인가되지 않은 기기에서 데이터를 받아갔다면 게이트키핑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모두의 창업 자체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김태용 EO 대표는 모두의 창업이 모두의 창업 아디이어를 정말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민간이 키운 글로벌 스타트업 콘퍼런스를 정부가 무료로 따라서 운영하면서 동원‧전시성으로 변질되고 해외 투자자 발길이 끊긴 사례를 짚었다. 공공이 시장을 장악하고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자정 작용이 사라진다는 것. 정부가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는 문제를 지적하고 이보다는 인프라와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 성급한 추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예비창업패키지 예산을 옮겨놓으면서 대국민 인식 개선 프로젝트 개념 사업으로 모두의 창업을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삐그덕거렸고 운영사도 우왕좌왕할 만큼 성급하게 추진된다며 불안해했다고 지적했다.
이호재 와이앤아처 대표는 모두의 창업의 가장 무서운 지점은 창업을 너무 쉽게 한 번 해보는 것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창업 문턱을 낮추는 것과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건 전혀 다른 일이며 창업은 아이디어 발표회가 아니라 인생 일부를 걸고 시장 앞에 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청자 수와 참여자 수, 멘토링 건수 같은 숫자로 성과를 포장하는 순간 몇 명이 고객을 만났고 시장을 이해하고 다시 버틸 힘을 얻었냐는 진짜 질문이 사라진다면서 창업을 모두에게 열어주는 건 좋지만 모두의 오디션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두의 창업에 발전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영재 전국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 전 회장은 감정적 비난보다 발전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번 사태를 단기 정량 성과에 집중하느라 내실과 안전장치가 뒷받침되지 못한 구조적 한계로 봤다. 그는 대안으로 정부 주도 오디션에서 민간 AC와 VC가 초기부터 참여하는 시장 검증형 구조 개편, 일정 비율 이상 보안‧데이터 인프라 의무 투자 장치, 생존율과 고용, 글로벌 매출 등 질적 지표 기반 가이드라인 설계, 도전경험인증제와 리턴십 트랙을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창업 수를 관리하는 국가는 많지만 실패의 품질을 관리하는 국가는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역시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권장하지 않는 게 좋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에 반대한다며 더 많은 이들이 창업을 했으면 좋겠다며 누구는 창업할 자격이 있고 누군 창업해선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라고 밝혔다. 모두의 창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취지 자체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지적인 것. 김 대표는 (모두 창업을 해도) 모두가 잘 되는 건 아니고 대부분 실패하겠지만 그 자체가 경험인 만큼 부작용이 있더라도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창업에 관심을 갖게 하는 모두의 창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안경준 크립톤 대표 역시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나 정부가 주도하려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국가창업시대 선언과 국민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 부여라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대한민국 창업생태계가 아직도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프로그램이 잘못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히고 이런 도전을 칭찬하고 부족한 건 보완해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최광선 더이노베이터스 대표는 무턱대고 아무나 창업하게 부추기는 복지 프로그램화되는 건 경계해야 하지만 모두의 창업이 누구든 마음 먹으면 창업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두의 창업을 통해 기업가정신 리터러시가 확보되고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정말 시장이 요구하는 해결책이 발견됐을 때 언제든 창업할 수 있는 그런 환경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모두의 창업 1기 출범식에서 현장에서 확인한 가장 큰 격차로 자본보다 누구를 만날 수 있느냐의 차이였다고 지적하며 창업 생태계 인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선발자가 원하는 멘토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며 2기에선 대학 리그, 청소년 창업캠프 신설 외에 재창업 지원 기준을 기존 3년에서 7년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리그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발되지 못한 지원자에게도 재도전 멘토링, 2기에 신청하면 가점 등 우대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모두의 창업이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함께 채워가는 프로젝트라며 문제점은 수용해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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