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중동, 핀란드에서 활동 중인 6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가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론치패드(LAUNCHPAD)에 참여 중이다.
론치패드는 국내 콘텐츠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7년 처음 시작됐다. 코로나 상황으로 작년부터는 현지에 직접 방문해 액셀러레이팅을 하는 대신,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자체 플랫폼을 통한 1:1 컨설팅과 비즈매칭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현지 액셀러레이터가 직접 평가해 최종 선발한 스타트업은 현지화 진출을 위한 사업화 자금과 밀착 멘토링을 지원받는다. 최종 팀 선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현지 진출을 위한 멘토링을 시작한 6개 액셀러레이터와 이틀간 온라인 미디어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하고 국가별 스타트업 환경과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들어봤다.
◇ “전 세계는 지금 혁신 스타트업 육성 중”=전 세계가 혁신 스타트업을 주목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역대급으로 활성화되어 있고 IPO 시장도 호황이다. 코로나19로 원격 업무가 일상화되면서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에겐 더 큰 기회가 열렸다.
국가별 스타트업 생태계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 실리콘밸리에서 미국과 유럽 진출을 지원하는 최성안 마인드더브리지 총괄은 “미국은 돈과 기술이 모이는 명실상부 글로벌 최대 스타트업 국가”라며 “전 세계 대기업이 모여 있어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기회가 많고 성공적 결과도 다른 지역보다 배가 높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국가 미래가 혁신 스타트업에 달렸다는 기조 아래 정부 주도로 기술 생태계를 키우는 국가도 많다. 프랑스는 2013년부터 라 프렌치테크라는 국가 정책을 추진, 스타트업 지원 생태계를 구축해 유럽 내 스타트업 허브로 떠올랐다. 핀란드 역시 국가가 창업을 적극 지원한다. 기업, 대학, 스타트업 기관이 합심해 생태계를 만들고 정부는 기업이 뛰어 놀 수 있는 창업 환경을 만든다. 작은 내수 시장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스타트업과 협력도 잦다.
터렉 포우더 쇼룩 파트너는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중동 매나(MENA) 지역 기회에 대해 설명했다. 중동은 최근 기술 기업 중심으로 혁신 바람이 불고 있고 석유 보유국을 넘어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기술 환경을 지원한다는 것. 정부 뿐 아니라 중동 지역 내 다양한 국가 기업도 혁신 기업에 대한 관심이 큰 시기라 그 어느 때보다 스타트업에게 많은 기회가 제공될 것이란 얘기다.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랑 가장 비슷한 곳은 싱가포르다. 같은 아시아권 문화에 정부 지원도 우리나라만큼 적극적이다. 오영록 어썸벤처스 대표는 “쿠팡 미국 상장으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지금은 한국 스타트업이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한 최적의 시기”라고 설명한다. 물론 같은 아시아 국가이지만 일본 시장은 분위기가 다르다. 타케루 카와시마 부스터01 디렉터는 “한국처럼 정부 지원은 크게 기대할 수 없지만 일본은 기업이 진행하는 투자가 많아 CVC가 활발히 활동하고 대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기회가 다양하다”고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를 소개했다.
◇ 한국 스타트업 강점은 기술력=이들 액셀러레이터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론치패드 프로그램을 통해 각각 5∼10개 기업을 최종 선발해 현지 진출을 지원한다. 선발 과정에서 이들 대부분은 팀, 시장 적합성, 언어 능력 등 현지화를 위한 기본 요소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과거 국내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지원한 경험이 많은 최성안 마인드더브릿지 총괄과 얀 고즐란 크리에이티브밸리 대표는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이 질적으로 성장한 점을 들며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과거 대비 AI, 머신러닝 등 기술 기반 기업이 늘어났다는 것.
다케루 카와시마 01부스터 디렉터는 “현재 일본은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는 시점”이라며 “한국은 메타버스 초기 버전인 MMORPG 게임 역사가 있어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해 일본 기업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이 진출이 가장 유리해 보이는 곳은 프랑스와 핀란드다. 환경적으로 유사하기 때문. K-컬처로 유명한 한국 콘텐츠 기업이 기술력까지 갖춰 시장에서 진출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빌레 시모라 마리아01 대표는 “핀란드에서 유망한 분야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슈퍼셀, 로비오 등 게임 유니콘이 있다”며 “환경적 요소로 봤을 때 한국 콘텐츠 기업도 기술 강점을 앞세워 잘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도 현재 한국 스타트업이 진출하기 좋은 시기다. 글로벌에서 활약하는 스타트업이 늘면서 한국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싱가포르는 물론 동남아시아에도 좋아 우호적이란 얘기다.
◇ 현지 시장 조사는 철저히…문화 차이 이해 필요=이번 론치패드에 최종 선발된 40여개 스타트업이 가진 공통점은 해외 진출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고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이미 진출 국가에 지사를 설립한 경우도 있다. 타케루 카와시마 01부스터 디렉터는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일본 기업과는 달리 한국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글로벌 마인드셋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해외 진출에 있어 액셀러레이터가 입을 모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프로덕트 마켓핏과 언어 능력이다. 이들은 현지 시장과 제품간 궁합인 프로덕트 마켓핏을 확인하기 위해 해외 진출 전 철저한 시장 조사와 현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왕이면 짧게라도 현지에 방문해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나보는 것도 추천했다.
언어 능력은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요소다. 최성안 마인드더브릿지 총괄은 “스타트업 성공 열쇠는 설득력에 달렸다”며 “좋은 제품이 있어도 설득하지 못하면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말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에 있어 추가로 염두에 둬야 할 건 없을까. 터릭 포우드 쇼룩 파트너는 문화 차이 이해를 꼽았다. 그는 “중동 지역 국가 업무 프로세스는 한국보다 느리다”며 “심사숙고하는 과정이 조금 길기 때문에 이런 부문을 이해하면 사업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얀 고즐란 대표도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같은 의견을 전했다. 그는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를 언급하며 성과를 위해서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고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했다.
한편 론치패드 프로그램 최종 선발팀은 권역별 액셀러레이팅과 기업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자신들의 KPI 달성을 위한 비즈매칭을 진행하고 있으며, 11월 중순 데모데이를 끝으로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12월초에는 해외 진출을 위한 현지화 관련 사업화 자금을 확보해 시장 안착에 주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