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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슈어테크 라이프캐치가 ‘캐치’한 문제는?


이석원 기자 - 2021년 12월 9일

그린리본은 AI 보상 솔루션 라이프캐치(Life Catch)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 김규리 대표는 “대한민국 국민 4,500만 명이 위험을 대비하겠다고 보상받으려고 가입한 보험으로 지금까지 얼마나 제대로 보상받고 있었냐”고 말한다. 물론 여기에는 김 대표 개인 경험도 한 몫 한다. 김 대표는 보험사 보험급 지급 심사를 맡았었다. 보험금을 삭감하는 게 주 업무이다 보니 성과급을 받을수록 회의감이 들었고 결국 이게 창업 동기로 이어졌다.

2021년 기준으로 연간 12조 원에 달하는 만기환급급이나 휴면보험금 등 숨은 보험금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지출한 의료비 내역 대비 미청구 보험금까지 더하면 2조 원이 더 늘어난다. 국내 보험 소비자가 한 해 동안 놓치는 보험금만 14조 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이런 현상 원인으로 2가지를 지목한다. “첫째는 발생한 보험 사고에 대해 보상 가능한지 보험 약관을 전부 인지하고 청구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정보 비대칭으로 쉽게 말해 몰라서 놓친다는 것이다. 둘째는 “보험사마다 그리고 보험 사고마다 상이한 증빙서류를 직접 준비하며 제출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 탓에 귀찮아서 놓치는 경우”다.

청구 대행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라이프캐치가 ‘캐치’한 게 바로 이 문제다. 라이프캐치는 보험 소비자가 겪는 보험금 청구 어려움과 불편함을 타개해주는 서비스. 보험금 청구 소멸 시효 3년 이내에 몰라서 혹은 귀찮아서 놓친 보험금에 대한 정보를 무료 제공한다. 또 무료로 확인한 놓친 보험금에 대해 복잡한 병원 서류 발급부터 보험사 청구서 접수까지 이런 청구 과정을 대신하는 청구 대행 서비스로 유료로 제공한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라이프캐치 유입 고객 5만 명 중 1만 명이 유료 대행 서비스를 이용했고 이 가운데 1,800명이 실제 평균 보험금 30만 원을 수령했다고 설명했다.

라이프캐치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짚어보면 크게 2가지다. 먼저 고객이 확인한 숨은 보험금에 대해 청구 대행을 신청하면 고객이 수령 받은 보험금 중 20%를 수수료로 지불하는 것. 여기에는 병원 서류 비용부터 발급 대행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둘째는 현재 시뮬레이션 중인 상태로 보험사 등에서 보험 계약 인수 심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 이용료를 보험사에서 지불하는 것이다. 이는 보험 소비자가 보험 계약을 할 때 동일 조건으로 계약을 인수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단계다. 기존에는 그저 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나이, 금융 데이터에만 의존해 보험 위험 급수를 도출했지만 라이프캐치 알고리즘은 고객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 위험 급수를 도출한다.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인수 심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인수 심사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9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고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프캐치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직장인이다. 이유는 보험을 가입해도 시간이나 위치 제약으로 활용하기가 어렵기 때문. 그린리본은 스마일게이트를 비롯한 중소 스타트업 임직원 대상 서비스로 검증을 한 다음에 출시했다. 김 대표가 이 과정에서 느낀 건 “사회 초년생일수록 그리고 관리직일수록 보험금 청구를 위해 시간을 내기 어려운 탓에 놓치는 보험금이 많이 쌓여있다는 것”이었다.

이들 시간을 대신해 보험 소비자의 유일한 권리인 보험금 청구권을 보호하고 행사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물론 단순 도움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금전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데에 라이프캐치의 매력이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이 이런 정보 비대칭 손해 고객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김 대표는 “하지만 모두 간편 가입이나 효율적 설계에만 집중해 정작 기존 청구 어려움이 있는 보험 소비자 요구를 100% 해소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병원 서류만 발급을 대신해주거나 청구서 접수만 대신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하지만 라이프캐치는 전국 병원 서류 발급부터 모든 보험사 청구서 접수까지 보험금 청구를 원스톱 처리해주는 서비스라는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김 대표 설명에 따르면 라이프캐치 보험금 수령 성공률은 80% 이상이다. 김 대표는 “단순 매출 발생이 아니라 긍정적 경험을 주 목표로 서비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바이럴로 고객 유입이 계속 이뤄지는 것도 기존 인슈어테크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이자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내년 37만 명 목표, 보험마켓도 운영 계획=물론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김 대표는 이 분야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보수적 산업군인 보험 산업과 폐쇄적 의료계 사이에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 자체 아니겠냐”고 말한다. 실제로 보험금 청구를 위해 고객 의무기록을 발급받고 있는데 대다수 병원은 의료법과 보건복지부 관리 지침에 따라 적합한 절차 확인 후 바로 발급이 이뤄진다. 하지만 특정 병원에선 의무기록발급 거부나 지연 등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보건복지부 민원이나 의료법 해석 등을 근거로 즉시 발급을 요청해 보험 소비자가 청구권을 행사하는데 방해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김 대표는 “이런 어려움이 결국 다른 기업이 보험금 보상 시장으로 진입하는데 큰 장벽”이라며 자사 서비스가 인정받는 주요 요소 중 하나라고 밝혔다.

라이프캐치는 2021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1월 20일까지 9개월 남짓 기간 중 유입 고객 10만 명 가운데 5만 명이 회원에 가입했다. 이 가운데 1만 명 이상이 유료 대행 서비스를 신청했다. 월평균 성장도 70% 이상이다.

그린리본은 IBK기업은행이 운영하는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마포 7기 혁신창업기업에 선정돼 공동 운영사인 엔피프틴파트너스 액셀러레이팅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김 대표 역시 지역 스타트업이 겪는 흔한 문제로 인력 확보와 투자 유치를 꼽았는데 창공 IR과 엔피프틴 담당자 추천 이메일로 투자자 컨택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올해 라이프캐치로 국내 보험 소비자가 귀찮아서 혹은 몰라서 정당한 보험금을 놓친다는 가설을 검증했고 정확하고 빠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비대면 청구 서비스 전산을 구축해 80%까지 자동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린리본은 내년에는 2019∼2021년 소멸 시효 3년치 보험금에 대해 보험 소비자 37만 명을 찾아주는 걸 목표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통한 마케팅에 나설 방침이다. 김 대표는 또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바탕으로 대기업 업무 제휴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그룹별 앱내 단체 보험 가입을 위한 보험 마켓도 운영할 예정이다. 그 뿐 아니라 기존 생명보험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월 납입 보험료를 건강 습관을 통해 할인받을 수 있게 돕는 플랫폼이 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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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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